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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급 커피머신 '베누스타'로 유럽 공략"

박원찬 동구전자 회장

스위스·독일 등 유럽기업 독점

프리미엄 커피머신 시장 진출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설 것

자판기 90% 차지 '티타임' 유명

박원찬 동구전자 대표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박람회 ‘CES 2018(Consumer Electronics Show 2018)’. 세계적인 정보기술(IT) 업체들이 자웅을 겨루는 세계적인 행사장 귀퉁이에 자리 잡은 중소기업 부스에 글로벌 유통업체인 아마존의 매니저가 찾아왔다.

그가 관심을 보인 제품은 프리미엄 원두커피 머신으로 이미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갖고 있는 유럽 업체들이 독점하는 시장이다. 현재 이 회사는 아마존 측과 온라인 입점과 관련한 세부 절차를 논의 중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이름도 낯선 동구전자, 1989년 설립 이후 29년간 커피머신 한 길만 파온 강소기업이다.

박원찬(58·사진) 동구전자 회장은 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유럽산 고급 제품이 장악하고 있는 글로벌 원두커피 머신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면서 “올해 매출 500억원, 수출 비중 20%를 달성하며 글로벌 브랜드 도약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어 “인도네시아의 대형 유통업체와는 원격 관리가 가능한 대형 원두커피 머신을 개발, 공급하기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며 “이달에 첫 수출 길에 오르는 것을 시작으로 매달 100대+ 알파를 공급하는데, 최소 2,500대 이상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구전자는 내달 전문가급 커피머신인 베누스타의 가정용 제품을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1,000만원을 호가하는 스위스 명품 못지 않은 기술을 갖추면서도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였다는 게 박 회장의 설명이다.

박 회장은 인도네시아 수주를 시작으로 연초부터 낭보가 들려오는 만큼 올해 500억원 매출, 이 중 20%인 100억원 수출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스위스나 독일, 이탈리아 업체들이 선점한 커피의 본고장 ‘유럽’ 공략에 나서 2020년 매출 1,000억원, 수출 50% 달성을 반드시 이룬다는 포부다.

박 회장은 “유럽 업체들이 높은 지명도에 앞선 기술력을 갖고 있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우리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오랜 기술 노하우와 탁월한 정보기술(IT) 능력, 여기에다 디자인적인 감성까지 더해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자신했다.

동구전자는 원래 ‘티타임’이라는 커피머신 브랜드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출시 이후 지금까지 판매된 티타임 머신은 약 200만대. 국내 소형 커피 자판기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박 회장이 동구전자를 창업한 1989년에는 커피문화라는 게 낯선 시절이었다. 그의 표현을 빌어 “다방에서 커피를 시켜먹던 시절”이었다. 대학에서 토목을 전공했지만 사업을 하고 싶었던 그는 무역회사를 다니며 경험을 쌓았다. 해외 영업팀을 맡아 동분서주했던 그는 다시 창업을 꿈꾸며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그는 “사업 아이템을 찾으려고 6개월 동안 미국 땅을 다 돌아다녔는데, 자동세차기 등 큰 돈이 드는 사업 밖에 없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다 귀국하기 직전 들른 무역상사 선배의 사무실에서 커피머신이라는 아이템을 만났다.

“선배를 기다리는데, 비서가 원두커피 메이커로 커피를 내려서 잔에 담아오더군요. 우리는 그때까지도 다방에서 커피와 프리마, 설탕을 섞어서 주는 방식이었으니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죠. 생각해보니 미국인들은 대부분 식사 전이나 식사 후에 자주 커피를 마시더군요. 우리나라에도 원두커피 문화가 조만간 유행할 거라고 확신했던 거죠.”

박 회장은 돌아오자마자 그 동안 모은 500만원을 들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공구 장비도 부족한 상황에서 아크릴판을 자르고 붙이며 커피자판기 콘셉트 모델을 발명했다. 당시 출원한 6개의 특허가 지금까지도 동구의 가장 큰 자산이다.

삼성, LG, 네슬레, 동서식품 등 커피 회사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으로 납품하면서 사업은 점차 덩치를 키워갔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로 주요 기업들이 커피 자판기 사업을 정리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박 회장은 이를 기회로 삼자고 직원들을 다독이며 자체 브랜드 개발에 뛰어 들었고, 동구의 효자 상품인 ‘타타임’ 탄생 계기가 됐다.

커피 문화가 성숙하면서 원두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늘자 원두커피 머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미 스위스의 유라(JURA)나 독일의 MWF 등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유럽의 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태였다. 매출의 20% 이상을 연구개발(R&D)에 쏟아 부어 탄생한 전문가급 커피머신인 ‘베누스타’는 해외 프리미엄 제품 못지 않은 기술과 디자인을 자랑한다. 스페인어 ‘VENUSTO’의 여성형(VENUSTA)으로 ‘(미의 여신 비너스처럼) 아름다운, 매혹적인’이란 뜻을 담았다. 동구가 프리미엄 원두커피 머신을 내놓자 시장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생겼다. 대당 2,000만원을 호가했던 해외 제품들이 1,500만원 밑으로 가격을 내린 것이다.

‘베누스타-렘 D9’은 안드로이드 기반 OS를 적용해 하루에 커피를 얼마나 팔았는지, 고객이 어떤 스타일의 커피를 좋아하는지 데이트를 수집할 수 있다. 자판기 내 원두커피의 신선도나 용량 등에 대한 알림 서비스부터 사물인터넷(loT) 기능까지 적용 가능하다. 박 회장은 “우리 기술로 개발한 만큼 세계적으로 커피 맛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국내 고객의 수준에 맞췄다”면서 “100%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경쟁하는 만큼 하드웨어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 수준도 탁월하다”고 강조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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