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입 철강에 대해 25%의 추가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철강업체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한편 대응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특히 그간 미국의 반덤핑관세에 대응해 미국 비중을 줄여온 포스코·현대제철 등 대형사보다 중형사들이 느끼는 충격은 메가톤급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그간 미국의 반덤핑관세로 지난해 대미 수출 물량이 지난 2015년에 비해 100만톤 정도 감소한 30만톤으로 큰 타격을 입은 상황”이라며 “이번 조치로 추가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나 여파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중형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전체 매출액에서 미국 수출 비중이 10% 정도를 차지하는 중견 철강업체인 동부제철은 향후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정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동부제철 관계자는 “이번 관세 부과 조치를 예상하고 미국 생산 물량을 제외하면서 생산 라인이 타격을 입어 이미 수익성이 악화됐다”며 “당장 15일 이후부터 관세 조치가 발효되면 지난달 배에 실어 미국으로 보낸 수출 물량들을 어떻게 소진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전 세계에서 철강 가격이 가장 높고 수익성이 가장 좋은 시장”이라며 “피해가 막심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당장 미국의 25% 추가 관세 부과가 뒤집힐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업계는 가능한 피해 규모를 줄이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일부 업체는 대미 수출 물량을 조절하는 조건으로 관세 완화 요청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물량에 대해서만 낮은 관세를 매기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관세할당(TRQ)이나 수출 물량을 자율적으로 제한하는 자율규제협정(VRA)을 유도하겠다는 것. 철강업계 고위관계자는 “모든 철강재에 일괄적으로 폭탄을 맞는 것보다는 피해가 덜할 수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중간선거를 앞두고 폭주하고 있지만 중간재인 철강 가격이 오르면 미국 내 엔드유저가 타격을 받는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은 아닐 테니 아직 협상의 기회는 있다”고 말했다.
또 일부 업체는 현지 투자를 지렛대 삼아 미국의 양보를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추가 제재가 공장이 위치한 지역 일자리를 되레 없애는 자해조치라는 점을 강조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포스코와 TCC동양 등 일부 철강업체는 미국이 한국산 원자재에 또다시 고율의 반덤핑관세를 붙이면 현지 합작법인을 폐쇄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를 상무부에 전달했다.
다만 일각에서 대응책으로 제시되는 미국으로 공장을 옮기는 방안 등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은 “이미 최종재를 생산하기 위한 한국산 원자재에는 관세가 꼬리표로 붙어 있어 공장 이전이 쉽지 않으며 공장을 만들어도 현지화 기간을 거쳐야 해 당장 생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한편 한국무역협회는 이날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 철강 품목별 주요 영향 국가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국의 이번 관세 부과 조치로 한국산 철강 수출품 가운데 파이프와 튜브가 가장 큰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산 파이프·튜브는 미국 수입시장의 20%를 차지하는 1위 품목이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추가 관세 부과로 앞으로 3년간 한국의 부가가치가 1조3,000억원 이상 줄어들고 취업자도 1만4,000명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고병기·김우보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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