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자율주행차 개발을 주도한 서배스천 스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그는 4차 산업혁명의 최전선에서 인류 문명을 개척해온 인공지능(AI) 권위자이면서 교육혁신 전문가이기도 하다. 일견 어울리지 않는 조합처럼 보이지만 스런 교수는 “AI가 인류를 위협할 수 있다”며 “인간 영역을 지키기 위해 교육을 통해 인류의 능력을 높여야 한다”는 신념의 소유자다. 지난 2013년 세계 최대 온라인 공개강좌 플랫폼인 ‘유다시티(Udacity)’를 설립한 스런 교수는 “급변하는 세상에서 기업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는 통로가 될 것”이라며 “이로써 비어 있는 일자리 200만개 이상이 채워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스런 교수의 행보는 끊임없는 기술진화가 교육 패러다임 대전환의 촉매 역할을 하는 현실을 잘 보여준다. 4차 산업혁명으로 지식의 반감기가 눈에 띄게 짧아지고 있고 그 결과 미래 일자리와 연계한 교육혁신도 절실해지고 있다.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도 “오는 2030년까지 20억개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세계 대학의 절반이 없어질 것”이라며 “앞으로 일자리는 미래산업에서 나온다”고 경종을 울렸다.
교육혁명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코세라·에덱스 등의 무크(MOOC·온라인 공개강좌)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국경을 넘어 7개 도시가 캠퍼스인 ‘미네르바스쿨’, 창업사관학교로 불리는 ‘에코42’ 등 대안학교도 부상하고 있다. 교육 관련 기술기업인 ‘에듀테크’는 최고의 유망산업으로 꼽힌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인별 맞춤학습을 도와줄 로봇을 보조교사로 채용하는 학교, 학년 구분을 없앤 학교도 등장하고 있다. 그 결과 획일적 커리큘럼을 고수하는 전통적 학교의 위축은 불가피하다. 이민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는 “이제 교육의 무게중심이 ‘탑(지식)의 높이’에서 탑의 도면을 그리고 빠르게 쌓는 ‘축성능력’으로 옮아가야 한다”며 “지식습득 그 자체가 아니라 질문하고 토론하는 능력,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석하고 실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친다. △어릴 때부터 입시에 치우친 주입식 교육 △토론보다 정답만을 강요하는 문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저해하는 칸막이식 학과 구분 △신산업을 반영하지 못하는 학제 개편 △차별화 대신 평균 지향의 교육정책까지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홍정민 휴넷 에듀테크 연구소장은 “미래 설계의 첫 단추를 교육혁신에서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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