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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한국, 교육에서 길을 찾다] 로봇교사가 맞춤수업 하는데...AI시대, 단순 지식 주입 안통해

1부. 교육 패러다임 시프트

<1> 수명 다한 주입식 교육

과거엔 패스트팔로어 양성 교육 통해 변화에 대처했지만

4차혁명 따른 기업·일자리 변화로 새로운 교육방식 절실

"팀 단위로 문제해결 능력 키우고 SW교육 일찍 시작해야"

충남삼성고등학교의 과학 수업 모습. 학생들끼리 조를 이뤄 프로젝트를 완성하는 형태다. /사진제공=충남삼성고




충남 아산시에 위치한 ‘충남삼성고등학교’. 여기에는 다른 학교에서 볼 수 없는 수업이 많다. 미술·컴퓨터·기술 과목 등을 융합한 디자인 수업은 그중 하나다. 수업은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친구들끼리 조를 짜 특정 아이템의 디자인을 논의하고 직접 설계·제작까지 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좌충우돌 끝에 목표했던 제품을 내놓는다. 성취감은 덤이다. 이 과목이 선택 수업인 점도 눈에 띈다. 학생 입장에서는 본인이 들을 수업을 직접 고르며 자신의 역량과 적성을 점검할 수 있다. 교과 이기주의를 버린 교사들도 현실과 접목한 커리큘럼을 만드는 데 거부감이 없다. 종합적 사고를 갖춘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려는 목표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이민화 KAIST 교수는 “앞으로는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능력과 새 지식을 배우려는 태도가 필수”라며 “다양한 상황에서 팀 단위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또한 중요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인공지능(AI)이 보편화 되는 시대에 반복적 암기식 교육으로는 희망이 없다”며 “교육의 목표를 지식(contents)에서 학습능력(context) 배양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차 산업혁명→기업·일자리 변화→교육 혁신 유인=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이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하는 변곡점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이전에는 최고 앞선 나라의 것을 먼저 베껴 빨리 따라가기만 해도 남들보다 앞설 수 있었다. 그래서 교육도 많은 지식을 전수받는 시스템이 중요했다.

하지만 AI·사물인터넷(IoT)·빅데이터 등이 근간인 4차 산업혁명은 세상을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이끌고 있다. 교사는 학생과 함께 배워야 하고 일자리를 두고도 인간은 로봇과 경쟁할 판이다. 배움의 강도가 날로 세지면서 기업과 학교의 구분도 무의미해지고 있다. 한마디로 카피할 대상 자체가 없어졌다. 많은 옵션 중에 스스로 선택해 실천해나가는 게 중요해졌다. 실제 4차 산업혁명으로 기업의 모습은 놀라우리만큼 바뀌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 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물류창고에는 AI가 탑재된 ‘키바’라는 로봇이 쉴 새 없이 돌아다닌다. 바닥 먼지를 쓸어담는 청소기처럼 생긴 키바는 물류창고에서 입력된 물건을 찾아 정리하는 임무를 수행한다. 아마존이 도입한 키바만도 4만5,000대. 이 때문에 많은 노동자가 떠났다. 종일 일해도 불평이 없고 비용도 아낄 수 있어 기업이 굳이 사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



비단 로봇만이 아니다. 영화 트랜스포머의 사막 경주용 차를 만든 미국의 정보기술(IT) 기반 자동차 업체 로컬모터스. 이곳에는 생산 라인도, 숙련공도 없다. 로컬모터스의 모든 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토대로 3D 프린팅 작업을 거쳐 만들어진다. 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디자인을 전 세계 불특정 일반인에게 맡긴 셈. 달리 보면 굳이 자동차 회사에 취업하지 않아도 창의적 아이디어만 있으면 차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는 얘기다. 모든 것을 찍어낸다는 3D 프린팅으로 이 같은 기업 형태는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기업의 변화상은 우리 교육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게임 등 신산업이 급격히 커지고 있지만 우리는 입으로만 혁신을 외칠 뿐 교육 시스템이나 규제 등은 이런 변화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AI가 실생활에 속속 도입되면 중간직 대량 공급에 치중해온 현재의 교육 시스템은 작동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식보단 학습능력·창의력·소통 능력 키워야=홍정민 휴넷 에듀테크 연구소장은 “발전하고 있는 기술로 똑같은 내용을, 똑같은 방법으로, 똑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가르치는 전통적 학교는 과거의 유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등에서는 로봇이 교사 역할을 일부 대체하는 학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로봇은 학생들에게 나쁜 피드백이 없고 학생 수준에 적합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교사들은 학생의 정서 관리 등 고차원적 업무에 투입할 시간을 벌 수 있다. 미국 조지아공대의 AI 온라인 수업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AI가 조교를 맡아 수업을 진행 중이다. 실리콘밸리의 자본가들이 투자한 ‘알트 스쿨(Alt School)’도 제조업 조립 라인에서 찍어내는 듯한 천편일률적 커리큘럼을 버리고 개인맞춤형 교육을 지향한다. 네덜란드에서 선풍적 인기인 ‘스티브잡스학교’는 학년 구분이 없다. 태블릿PC 등으로 개인별 학습이 가능하고 나이가 어린 친구에게는 도움을 주며 더 큰 가치를 배울 수 있다. 학교 풍경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홍 소장은 “앞으로는 AI가 처리한 데이터를 근간으로 의사 결정을 잘 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인 만큼 소프트웨어 교육을 일찍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교사·교수 역할도 지식 전수자가 아닌 코치가 되고 있다”며 “남과 소통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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