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골칫거리가 된 미세먼지. 질소산화물·암모니아·이산화황·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이 공기 중에서 화학반응을 일으켜 생성되며 초미세먼지로 바뀌어 건강에 치명적이다.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몰려오는 비중이 절반가량이며 국내 발전소·제철소·시멘트공장·화학공장 등에서 나오는 원인물질도 만만치 않다. 가정이나 학교·지하철 등의 공기정화 필터링 기술도 중요하지만 초기에 여러 유기화합물을 집진, 저감할 수 있는 기술이 급선무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연구현장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질소산화물을 분해하는 촉매소재를 개발하고 있다. 국민 삶의 질 개선에 연구개발(R&D)의 초점을 맞춘 정부 방침에 부응해 미세먼지 저감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질소산화물 등 ‘배연가스(배출연기)’ 저감을 위한 탈질촉매를 통과한 뒤 촉매 표면에서 환원제와 반응해 인체에 무해한 질소와 물로 분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반응 온도를 낮춰주는 게 관건이다. 배연가스가 필터를 통과한 후 탈질촉매에 도달하면 온도가 떨어져 이를 높이는 비용이 많이 드는데 저온에서 작동하는 촉매를 개발해 효율을 높임으로써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낮추고 비용은 줄이는 것이다.
KIST 촉매팀은 지난 2014년 촉매 작동온도를 세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는 기술을 개발해 2015년 대형선박 엔진용 탈질촉매를 두산엔진과 함께 상용화했다. 국제해사기구가 2016년부터 대형선박 배연가스 배출기준(IMO Tier III)을 높였기 때문이다. 하헌필 KIST 미래융합기술연구본부장은 “저온촉매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운데 새 기준에 맞춘 신기술로 엔진 뒷부분에 큰 방만한 탈질촉매를 설치해 질소산화물을 70% 이상 줄였다”며 “이 기술로 두산엔진이 해외에서 수주한 대형선박 엔진만도 60기(3,000억원)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제철소에서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소결로가 내뿜는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의 저감 효율을 높이기 위한 실증연구도 추진하고 있다. 양자화학 계산기법으로 설계하고 표면을 개질해 효율이 높고 내구성이 큰 촉매를 개발하는 게 목표다. 하 본부장은 “5년 전쯤 270도 고온용 촉매를 상용화했는데 이제는 220도 정도에도 반응하는 저온촉매를 개발하고 있다”며 “포스코가 광양공장에서만 촉매작동을 위해 쓰는 에너지 비용이 연 340억원인데 이를 줄이며 미세먼지도 저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두산엔진과 신개념 촉매도를 개발(두산이 연 5억원씩 총 50억원 지원)해 앞으로 시멘트 회사, 화력발전소, 디젤차 등에 적용, 2~3년 내 미세먼지 저감효과를 가시화하기로 했다. 하 본부장은 “분야별로 환경규제치를 만족시킬 만한 촉매량이 정해지는데 고효율 촉매를 넣으면 기준치 이상의 효과를 낸다”고 설명했다.
지난해부터는 초미세먼지까지 필터링하면서도 통기성을 유지할 수 있는 특수소재 개발에 착수했다. 집안이나 사무실·공장·지하철 등에서 공기청정기·창호에 붙여 쓰거나 마스크 소재로 사용 가능하며 3~4년 뒤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KIST는 미세먼지 형성 원인도 정확히 밝히기 위해 원인물질을 인공적으로 만들어 대형풍선에 주입한 뒤 이들이 상호 반응하며 변하는 과정을 관찰, 분석하는 스모그체임버도 운영하고 있다. 김화진 KIST 선임연구원은 “스모그체임버로 이차 유기입자 생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올해는 중형급 스모그체임버를 구축해 구체적으로 오염원과 생성 프로세스 규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미세먼지 발생·유입, 측정·예보, 집진·저감, 보호·대응을 위해 국가 프로젝트로 시작된 ‘미세먼지국가전략프로젝트사업단’의 배귀남 단장은 “KIST는 물론 서울대·광주과기원·한국외대를 세부 주관기관으로 하고 다수 출연연과 대학·기업이 참여해 1단계로 오는 2020년까지 총 30%에 달하는 대형사업장의 미세먼지 원인물질을 저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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