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서대문역으로 이어지는 ‘광화문 라인’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말부터 대형 패스트푸드나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임대료와 인건비는 끊임없이 오르는데 비해 유동인구는 정체되거나 줄어드는 탓이다.
21일 맥도날드에 따르면 2014년부터 운영해 온 정동점을 오는 29일 폐점한다. 정동점 폐점은 맥도날드의 비효율 점포 감축 일환이다. 현재 맥도날드는 신촌점과 서울대입구점 등 수익이 나지 않는 점포를 폐점할 예정이다. 맥도날드는 정동점 역시 임대료에 비해 수익성이 낮아 폐점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광화문 라인에서 점포를 폐쇄하는 프랜차이즈는 맥도날드 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2년부터 나란히 영업하던 엔제리너스 광화문점과 롯데리아 광화문점도 지난해 10월 문을 닫았다. 엔제리너스와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롯데지알에스 측은 “광화문점을 연 이후 세종문화회관 인근에 엔제리너스 매장이 추가로 생겨 상권이 다소 겹쳤다”고 폐점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두 매장이 빠진 빈자리에는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새로운 주인이 나타나지 않아 공실 상태로 남아있다.
광화문역 인근에서 2013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투썸플레이스 역시 지난 12월 임대 계약이 만료되면서 연장을 하지 않고 폐점했다. CJ푸드빌은 인근 상권으로 점포 재배치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새로운 매장은 열지 않았다.
광화문에서 프랜차이즈들이 잇달아 철수하는 이유는 유동인구에 비해 임대료가 크게 오른 것이 무엇보다 크다. 김민영 부동산114 연구원은 “광화문역 위쪽으로는 정확한 통계가 없다. 하지만 가까운 종각역 인근을 놓고 봤을 때 지난해 1·4분기 대비 4·4분기 임대료가 30% 이상 올라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오른 상권으로 나타났다”며 “대로변에 건물을 갖고 있는 건물주들은 당장 생계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임대료를 내릴 바에는 차라리 비워놓는 것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여기에 올해 들어 최저임금마저 오르면서 수익성이 더욱 악화된 상태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프랜차이즈의 영업 환경 변화도 한 몫 했다고 보고 있다. 특히 패스트푸드 등 배달이 가능한 업종의 경우 매장을 무한정 늘릴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배달이 활성화하면서 매장 숫자 확대나 대형 매장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며 “많은 프랜차이즈들이 임대료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상승의 부담을 감내하는 것보다는 대로변 상권을 포기하는 편이 났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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