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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터제에 발목 잡힌 韓 강관업체]美시장 대체할 곳도 마땅찮아 "관세 더 물더라도 수출하는게..."

미 현지 강관가격 꾸준히 상승세

"경쟁 뛰어들만 했는데..." 아쉬움





미국이 한국산 강관 제품 수입 물량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제한함에 따라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혜를 기대했던 강관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제공=세아제강


“어쩌면 추가 관세를 짊어지고서라도 미국에 들어가는 게 나았을지 모르겠습니다.”

수입산 철강재에 25%를 추가 부과하는 미국의 제재를 피했다는 소식이 들려온 27일 한 중소 강관 업체 고위관계자는 이같이 말했다. 추가 관세를 피하는 대신 미국으로 향하는 강관 물량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여야 한다는 소식을 함께 접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지 강관 업체들이 급증하는 미국 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터에 강관 가격은 꾸준히 오르는 추세”라면서 “몇 달 뒤면 시장 가격이 조정돼 관세를 떠안고서라도 들어가 경쟁해볼 여지가 있었을 것”이라며 아쉬워했다.

추가 관세를 피했다는 소식에도 일부 강관 업체가 아쉬움을 드러내는 것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내 강관 수요 때문이다.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미국 내 원유채굴 시추기(리그)는 급증하고 있다. 세계 유전 서비스 업체 베이커휴스의 통계를 보면 올해 3월 미국 내 리그 수는 995개로 지난해 같은 때보다 186개 늘어났다. 리그가 늘면서 강관 수요도 꾸준히 증가했다. 대미 강관 수출량은 지난 2016년 94만톤에서 2017년 203만톤으로 두 배 넘게 뛰었다. 철강재 수출에서 강관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6%에서 지난해 59%로 확대됐다.

전망도 밝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안을 꺼냈기 때문이다. 세법개정안을 통과시킨 트럼프 행정부는 올 2월 내수부양을 위해 향후 10년간 1조5,000억달러를 도로와 항만·공항·상하수도 등 인프라 개선에 투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업계가 안타까움을 드러내는 것은 이 지점이다. 국내 업체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제품 가격은 현지 미국산보다 평균 15% 정도 낮다. 강관에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됐다면 미국 업체보다 10% 정도 높은 가격 경쟁력을 부담하게 된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이 정도의 추가 부담을 떠안고라도 미국 시장에 들어간다면 경쟁해볼 만하다고 보고 있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현지 강관 수요가 늘어날 예정인데다 다른 수입산 철강재에도 25%의 추가 관세가 붙을 경우 현지 시장 가격이 상향 조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산 강관을 들여와 미국에 되파는 한 중개상은 “인프라 투자가 급증하면서 일부 품목은 수급난이 벌어질 정도로 강관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며 “수입산 강관에 2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이를 자신들이 부담하고서라도 물량을 들여오겠다는 업체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한미 간 합의에 따라 쿼터를 넘는 수출은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지난해 수출량의 51%에 불과한 104만톤이 대미 수출의 한계선이다.

업계에서는 줄어든 물량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방안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에 대한 강관 의존도가 절대적이었던 탓에 당장 많은 물량을 다른 국가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 휴스틸은 지난해 매출액(6,905억원) 중 50%, 넥스틸은 2016년 매출액(2,851억원) 중 80%를 미국 시장에서 벌어들일 정도로 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결국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 외에는 답이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게 아니냐는 한탄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현지 생산량을 늘려 직접 수출 감소분을 만회하는 한편 현지 고용 등 미국에 기여하는 비중을 지렛대 삼아 예외 품목 지정을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강관 업체인 세아제강은 현지 법인 생산량 증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넥스틸은 국내 공장을 아예 현지로 옮기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철강 업계 고위관계자는 “특정 품목이 예외 품목으로 지정되면 쿼터제에 구속받지 않고 수출할 수 있다”며 “미국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라도 현지 생산 비중을 늘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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