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있는 단조업체 A사의 김형석(가명) 대표는 “대기업에서 납품단가를 올려준다고 해도 1차 벤더가 과실을 독차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우리 같은 3차 협력사에서 단가 현실화를 요구해도 1차 벤더에서 가로막혀 인상에 반영될 가능성은 거의 제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단조공장 B사를 운영하고 있는 최치형(가명) 대표는 “비록 우리 부품이 현대·기아차에 100% 납품을 하고 있다고 해도 결국 직접적인 관계를 맺는 것은 1차 벤더”라며 “납품 단가가 현실화돼도 2차 벤더까지 혜택이 돌아오기는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주요 대기업이 납품단가 현실화에 나서는 분위기인 만큼 이번 기회에 단가 현실화의 과실이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제조뿌리산업부장은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 등 원청업체들은 1차부터 아래로 내려가는 공급망을 자체 시스템으로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면서 “대부분이 중견기업인 1차 벤더들이 원청의 낙수효과를 독점하면서 2차, 3차로 내려갈 혜택을 가로채는 행위에 대해 상벌을 분명히 하면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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