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홈쇼핑 보험 판매를 반대해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보험사들이 TV홈쇼핑 보험 판매 완전 철수 여부를 놓고 검토 작업에 착수했다. 앞서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에 반대해온 김 원장 취임 직후 주주들의 유상증자 참여가 저조할 것으로 판단하고 목표액을 절반가량 줄여 추진하는 등 ‘김기식 쇼크’가 금융권 전반을 강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4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판매 비중이 높은 중소형·외국계 보험사들은 김 원장 취임과 함께 홈쇼핑 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AIG손해보험은 지난 달 말을 기점으로 홈쇼핑 판매를 완전 중단하기로 했다. AIG손보는 지난해 홈쇼핑을 통해서만 772억원어치의 보험을 판매했고 전체 수입보험료에서 홈쇼핑 채널이 15.2%를 차지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지만 과감하게 접은 것이다. AIG손보의 한 관계자는 “내부 사업분석 결과 효율성이 떨어지고 채널 특성상 철회 요청이 많다는 점에서 홈쇼핑 채널에서 철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국회의원 시절인 지난 2014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최수현 금감원장을 향해 “홈쇼핑 보험 판매 여부 자체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홈쇼핑 판매 상품의 경우 불완전판매 민원이 많아 논란이 돼왔지만 금감원은 당시 판매를 중단시킬 법적 근거가 없어 감독만 강화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소비자 보호를 핵심 과제로 제시한 김 원장이 불완전판매 논란을 없애기 위해 홈쇼핑 판매 보험상품에 대한 감독 강화나 법적 근거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보험사들이 아예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홈쇼핑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라이나생명 역시 내부 검토에 나서는 등 촉각을 세우고 있다. 보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금감원이 홈쇼핑 판매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는 않겠지만 경영진에서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축소나 완전 중단 등의) 판매 채널 문제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상품 수를 줄이는 등 마케팅을 축소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KB손해보험의 경우 2016년 하반기부터 홈쇼핑에서 상해보험·암보험 판매는 중단하고 운전자보험만 팔고 있다. 이 영향으로 KB손보의 홈쇼핑 판매 실적은 2016년 1,811억원에서 지난해 735억원으로 60% 가까이 줄었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중순까지 3개 홈쇼핑 채널에서 판매하던 것을 1개 채널로 줄였다. 삼성화재는 지난해부터 홈쇼핑 채널에 대한 마케팅에 적극 나서지 않고 있다. 롯데손보와 삼성화재의 지난해 홈쇼핑 판매 실적도 전년 대비 각각 24.8%, 18.3% 감소했다.
홈쇼핑 보험판매는 2003년 허용된 후 연평균 40%에 가까운 성장률을 보이다가 2012년부터 정체를 보이더니 2014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는 전년 대비 16.5%나 줄었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홈쇼핑은 다른 채널에 비해 수수료율이 높은 고비용 채널인데다 보험 유지율도 높지 않다”면서 “더욱이 신임 금감원장이 홈쇼핑 보험 판매에 부정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보험사들이 홈쇼핑 보험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nevermin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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