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 제조업체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납품단가 현실화 대책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이에 대해 중소기업계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가에 자동 연계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5일 오전 당정협의를 갖고 공공조달과 민간하도급시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중소기업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중소기업 납품단가 현실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직접 납품단가를 결정하는 공공조달부문은 최저임금 인상분을 임금조사 즉시 반영하도록 했다. 하지만, 민간 영역에서는 납품단가 조정협의 대상을 넓히고, 표준 하도급계약서를 개정하는 정도 밖에 대책에 담지 못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정은 민간기업들이 납품가를 조정해주도록 하기 위해 우선 하도급 관계에만 적용되던 ‘납품단가 조정협의제도’를 수·위탁 기업간 공급원가 변동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상생협력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주요 경제단체나 수탁기업협의회 등의 협조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한 납품단가 조정 필요성을 알려 자발적 협력을 유도하고 표준 하도급계약서에 ‘최저임금 인상 등 공급원가 변동에 따른 하도급대금 조정 내용’을 반영하도록 요청할 방침이다.
또한 법 위반 사실을 관계기관에 신고한 하청기업에 보복 행위를 하는 대기업에 적용되던 ‘원스트라이크아웃제’를 납품단가 조정협의신청을 이유로 보복행위를 하는 경우까지 확대한다. 보복행위는 단 1회만 시정조치를 받아도 벌점 5.1점 부과로 공공부문 입찰 자격이 제한되며, 3년 누적 벌점이 5점을 초과하면 입찰참가 자격이 제한된다.
공공조달시장에서는 인건비 산정의 기준이 되는 ‘중소제조업 직종별 임금 조사’를 현행 연 1회에서 연 2회로 확대, 실시할 계획이다. 임금실태조사 결과가 공공조달 인건비에 반영되는 시기도 현행 임금조사 4개월 후 반영에서 즉시 반영으로 바꾸기로 했다.
임금상승분 조정치를 계약금액에 사전에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단순 노무 용역과 같은 저임금 근로자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분이 즉시 반영될 수 있도록 12월말 임금조사 발표시 단순노무 직종에 대한 다음연도 임금 조정치를 발표해 공공기관이 이를 근거로 계약금액을 조정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다수공급자계약(MAS) 납품단가의 조정 근거도 마련했다.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해당 제품의 원가가 3% 이상 변동되는 경우 계약금액의 조정을 허용하기로 한 것. 이와함께 공공기관 동반성장 평가지표에 임금 인상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실적을 추가해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최저임금 인상시 계약금액을 올리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번 대책에 대해 중소기업계는 납품단가 현실화에 한계가 있다며 최저임금 인상분을 납품가에 자동 반영하도록 강제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병문 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이 정도 수준의 대책으로는 납품가를 현실화하는 데 별 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며 “원자재 가격은 등락에 따라 납품가에 연동해 주는 것처럼 최저임금도 납품가에 자동 연동시킬 수 있도록 강제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권태 단조공업협동조합 전무도 “단조업계의 경우 납품 기업 대부분이 민간기업으로, 납품단가 조정을 민간기업 간의 자율 협의에만 맡기면 한계가 있다”며 “원가상승요인이 있을 때 납품가를 얼마나 반영했는지 여부를 정부기관이 모니터링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재 수단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이병권 중기부 성장기업정책관은 “중소기업계에서 민간 자율에 맡기는 방안의 실효성에 우려를 갖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현 정부 들어서 납품단가 문제 등에 대해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상생 협력에 나서고 있는 만큼 과거보다 여건이 좋아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며 “당정협의에서도 민간 시장에 강제적인 조치를 취하기 보다는 상생 분위기를 만들고 대기업이 동참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