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IT 시각화 컨설팅 회사인 올리브스톤을 창업한 김다혜 대표는 지난 5일 IBK파이낸스센터 대회의실 자신의 사업 경험을 소개하며 이렇게 밝혔다. 올리브스톤은 국내 유수 대기업을 고객으로 둔 중소업체다. 김 대표는 올리브스톤이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 ‘사람 중심 경영’을 꼽았다.
중소기업학회와 IBK기업은행이 지난 5일 서울 명동 IBK파이낸스센터에서 마련한 ‘사람중심 기업가정신과 중소벤처기업 혁신성장 국제포럼’에서 참가자들은 “중소기업이 성공하려면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이란 2016년 UN 세계중소기업연합회(ICSB) 총회에서 제안된 개념으로 기업혁신을 위해선 사업전략뿐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의 가치를 높일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을 소개하는 각종 강연과 창업에 성공한 사업가들의 경험담을 들으려는 200여명의 청중들로 행사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김 대표처럼 막 성장궤도에 오른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가들도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의 중요성을 설파했다. 자동제어시스템 업체인 여의시스템의 대표를 맡고 있는 성명기 이노비즈협회 회장은 회사가 어려웠을 때 오히려 사람에 성실하게 투자해 반등의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성 회장은 “2001년 잠재적 거래처들이 모두 중국으로 이전하면서 적자가 계속됐지만 구조조정만은 절대 할 수 없어 인센티브형 성과공유제를 대신 도입했다”며 “결과적으로 직원들 사이에 경쟁적인 분위기가 형성돼 2008년 들어선 전년 대비 매출이 60% 이상 성장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성 회장은 “요즘도 직원들 해외 배낭여행을 갈 수 있도록 5년마다 유급휴가를 지원하고 국내 유명강사를 초청해 강의도 열고 있다”며 직원 복지를 위해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성 벤처 사업가로 시작해 기업공개(IPO)까지 이끌어낸 박미경 포시에스 대표는 “우리 회사만의 감성을 살려 직원복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기업문화를 살려 직원들의 창조성을 뒷받침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박 대표는 ‘전자문서 솔루션 업체’라는 특성을 ‘종이 아끼는 친환경 기업’이라는 문화로 연결해 1년에 한 번씩 나무를 심는 행사를 한다고 전했다.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과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가 같이 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문재인 정부는 사람의 기본권을 보장해야 각자의 혁신능력도 증진된다는 ‘사람 중심 경제’를 중점으로 삼고 있다”며 “기업들도 사람을 ‘비용’으로 보던 기존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자본’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사람 중심 경제’와 ‘사람 중심 기업가정신’이 서로 통한다는 뜻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혁신전략 강연에서 “BTS가 ‘킹덤(왕국)’이 아닌 ‘팬덤(팬집단)’을 만들어 성공한 것처럼, 사람에 초점을 맞추는 기업일수록 시장경쟁력이 높다”며 “추상적인 지식은 컴퓨터나 장비로 대체될 수 없다는 ‘폴라니의 역설(Polanyi’s Paradox)’이 있듯이, 사람에 투자하지 않는 기업은 혁신 능력을 잃어버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강낙규 기술보증기금 전무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기술개발(R&D)은 높은 개발성공률을 보이고 있지만 사업화 성공률은 낮다”며 중소기업 혁신을 위해선 기술거래시장을 활성화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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