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 안 개구리’인 한국 금융지주사들과 달리 일본 3대 금융그룹의 해외 영업 비중이 50%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간 일본 은행들이 해외 진출을 크게 늘린 반면 4대 금융지주사들은 안방에서 이자 장사에 몰두한 결과다. 국내 은행이 해외에서 맥을 못 추면서 관세전쟁에 유탄을 맞는 현지 진출 기업에 대한 대규모 대출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은 꿈도 못 꾸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PwC에 따르면 일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은 2024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영업수익 중 57%를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10년 전(32%)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MUFG는 지난해 4~12월 영업이익 중 50%가 해외 상업은행(CB)과 투자은행(IB) 등에서 나왔다.
미쓰이스미토모파이낸셜그룹(SMFG) 역시 해외 영업수익 비중이 58%에 달한다. 10년 전에는 19%였지만 3배나 커졌다. 같은 기간 미즈호파이낸셜그룹도 해외 영업수익 비중은 22%에서 67%로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미즈호가 해외에서 취급한 대출 잔액은 2374억 달러(약 338조 31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한국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해외 영업이익 비중은 지난해 기준 평균 11%에 불과하다. 2013년(4%)과 비교하면 상황이 개선됐지만 여전히 절대 비중이 낮고 국내 영업에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삼일PwC는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지만 성장 정체와 인구 감소에 현재의 성공 방정식이 언제까지 통용될지 장담할 수 없다”며 “IB와 선진국 시장 확대에 초점을 두고 해외에 진출한 일본 은행의 사례를 벤치마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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