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사열 난방은 대류나 전도를 통해 열을 전달하지 않고, 태양이 지구를 직접 가열하는 원리로 열을 이동시키는 난방이다. 태양에서 나온 원적외선이 영하 270도인 우주 공간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1억 5,000만㎞나 떨어진 지구를 데우는 원리와 같다.
원적외선 복사열은 에너지를 30~50%나 줄일 수 있고 소음과 냄새, 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등 장점이 많다. 하지만 1m도 못 가서 공기 중에 흡수, 산란되는 단점으로 인해 실생활에 적용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 원적외선 복사열을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이 국내외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
김보규(41·사진) 라디언스 대표는 8일 판교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원적외선은 인체 속으로 들어와 나쁜 박테리아를 없애고, 순환 발열을 도와 건강을 증진하는 효과로 ‘생명의 빛’이라는 별칭으로 불린다”면서 “지금까지는 원적외선을 원하는 대상에 닿게 하는 기술이 상용화되지 못했지만 라디언스의 ‘수호원적외선열선기술(SFIM)’을 적용하면 원적외선을 멀리 보낼 수 있어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하다”고 소개했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연구원 출신인 김 대표는 자신만의 기술로 창업하겠다는 꿈을 키우다 2009년 회사를 나왔다. 퇴사 후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레고처럼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는 특수 소재의 열선을 만들면 어떨까’라는 아이디어가 나왔고, 5년간의 연구개발(R&D) 끝에 ‘맞춤형 발열복합소재’를 개발, 특허를 따냈다.
김 대표는 “기존 열선은 특정 기능만 구현하는 데 그쳤다면 맞춤형 복합열선소재는 원하는 기능을 설계해 조립하면 된다”며 “머리카락 20분의 1 굵기의 열선에 수십 개의 금속을 배합해 원하는 기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적의 요리가 저마다의 레시피를 갖고 있는 것처럼 각각 필요한 기능에 맞게 금속 배합을 할 수 있는 우리만의 레시피를 확보하고 있다”면서 “코카콜라의 핵심 레시피를 단 두 명만 알고 있는 것처럼 우리 회사의 레시피 역시 나와 기술담당임원만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기존 온열 매트 시장을 겨냥해 원적외선 복사열을 낼 수 있는 소재 개발은 마쳤지만, 원적외선이 공기 중에 산란되는 근본적인 한계로 인해 상용화는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수 백 번 실패를 거듭하다가 ‘쌍극자모멘트’라는 원리를 적용해 원적외선이 멀리 나갈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게 됐다”고 말했다. 쌍극자모멘트의 방향은 음(-)전하로부터 양(+)전하로 향하는 벡터량으로 나타내는데, 쌍극자모멘트의 힘을 극대화하는 원리를 발열 소재에 적용해 원적외선을 멀리 보내는 원리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는 “국내는 물론 해외 특허까지 확보한 ‘수호원적외선열선기술’은 원적외선이 원하는 어느 곳이든 닿을 수 있는 만큼 균일 난방, 무공해 난방이 가능하다”며 “기존에는 숯가루 등 원적외선이 나오는 재료를 열선에 직접 코팅하는 방식이었다면 우리 회사는 열선 자체가 원적외선을 방출하는 것은 물론 원적외선을 멀리 보낼 수 있는 기술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라디언스가 확보한 특허는 10개 내외, 특허 기술을 적용한 제품들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5월 회사 설립 후 선보인 첫 번째 제품은 원적외선 온열 매트인 ‘라디샤인’이다. 직류 24V를 적용해 저전압으로도 넓은 면적의 매트를 덥힐 수 있는 데다 순환발열특허가 적용돼 열이 특정 부위에 머무르지 않고 등, 허리, 다리를 순환한다.
1단 미온부터 4단 고온 모드로 난방을 유지하면서도 저온 화상의 위험을 줄이고 에너지 소비 전력을 낮추기 위해 온도가 반복적으로 상승·하락하는 기능이 탑재돼 있다. 출시 직후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2016년 4·4분기에만 20억원의 매출을 냈고, 지난해 53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수호원적외선열선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과 순환 발열 시스템이 수면 개선과 면역력 증진에 대한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모 대학병원과 임상 시험에 들어갔다.
최근에는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인 ‘킥스타터’와 ‘인디고고’에 잇따라 신제품을 선보였다. 킥스타터에 출시한 제품은 ‘라디샤인-무선 스마트 히팅 베딩’ 제품으로, 5V 직류 전력을 사용해 몇 초 안에 열을 낼 수 있는 세계 최초의 발열 이불이다. 좌우, 위아래 분리 난방과 부위별 발열이 가능하며 사용자의 숙면을 도와주는 숙면 알고리즘도 탑재돼 있다.
킥스타터 론칭 1시간 30분 만에 목표액 100%를 달성했고, 목표액(2만 달러)의 9배에 달하는 17만 달러를 모았다. 지난 1월 인디고고에 선보인 라디언스의 ‘라킨-세계 최초 5V 배터리 아웃도어 블랭킷’ 역시 오픈 열흘 만에 최초 목표금액의 250%가 넘는 금액이 모였다. 이 회사는 열선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간(B2B) 시장 공략에도 나설 방침이다.
김 대표는 “국내 유명 가구업체와 열선을 적용한 특수 침대와 의자 개발에도 들어갔다”면서 “가구는 물론 의료기기, 의류 등 생활 전반에 걸쳐 우리 기술이 쓰이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처럼 신제품 라인업이 구비되고 B2B 시장 진출도 가시화되면 올해 매출은 300억원을 가뿐히 넘어설 전망이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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