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옥(사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가운데 창업벤처기업 정책금융 지원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던 기보와 중소기업진흥공단 간에 기능 조정이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 이사장은 내연녀와의 불륜 및 폭행 의혹으로 지난 4일 오후 중소벤처기업부에 사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기부는 진상 조사를 거쳐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사실 관계를 확인할 때까지 사표를 수리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자체 감사 결과 공직자 윤리 위반 행위로 판단이 될 경우 김 이사장은 징계 등 처분을 받게 된다.
감사 결과에 따라 징계 수위는 다르겠지만 김 이사장의 중도 하차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벌써부터 기보와 중진공의 기능 조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이사장은 기보가 기술평가 인력을 많이 갖추고 있고 그동안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수행했던 점을 들며 창업기업의 정책금융을 담당하기 위해 공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공사는 특별법에 따라 정부의 출자로 설립되는 법인체 형태의 공기업을 말한다.
기보는 준정부기관으로 정부의 기금관리 위탁에 중점을 두고 있어 기업적 성격이 비교적 약하다. 지난 연말 기자간담회에서도 그는 “기보가 금융위원회 산하에 있을 때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강조됐다”며 “지금은 중기부 아래로 옮겨진 만큼 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지원기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기부 산하의 정책금융기관인 중진공과의 역할 분담에 대해 중진공은 일반 중소기업을, 기보는 기술 기반의 벤처기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조정하면 된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김 이사장이 이처럼 공사 전환을 강력하게 주장하자 중진공과 신용보증재단중앙회, 창업진흥원 등 창업지원을 담당했던 기관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쏟아졌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에 연간 4조원의 정책자금(누적 잔액 16조원)을 융자하고 있는 중진공에서는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중진공 관계자는 “기보가 기존에 지원기관들이 잘 해오던 일에 욕심을 낼 것이 아니라 중소벤처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수출보증 등 업무 영역을 확장해 중기부의 외연을 넓히는 방향으로 고민하는 게 맞다”고 꼬집었다. 최근에는 이상직 중진공 이사장이 취임 직후 기관명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변경하겠다는 뜻을 밝히는 등 중소벤처기업 지원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대외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중기부 관계자는 “홍종학 장관이 취임하면서 산하기관 조직개편이 필요하다는 방침을 세웠다”면서 “다만 물리적이고 임의적인 조정이 아니라 기관별 정책과 역할 등을 충분히 고려해 각각의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이라며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 이사장은 부산 혜광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기획재정부 대변인, 예산실심의관, 기획조정실장 등 경제정책을 주도하는 자리를 역임했다. 이후 새누리당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2014년 서병수 부산시장의 권유로 부산시 경제부시장을 지냈다. 탄핵정국이던 지난해 1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김 이사장을 12대 기보 이사장으로 임명하면서 정권 말 ‘알박기 인사 논란’이 거세게 일기도 했다. /정민정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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