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와 금융노조는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2018년 산별중앙교섭 상견례 및 1차 교섭회의’를 갖고 이 같은 안건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금융노조는 한국은행이 전망한 올해 경제성장률 3%와 물가상승률 1.7%를 더해 4.7%의 임금 인상을 주장했다. 또 점심시간 은행영업점 창구업무 중단, 주 40시간 이하 근무, 노조 추천 이사제 등을 내세웠다. 이 외에도 신규인력 채용확대 의무화(청년 의무고용), 무기계약직과 파견·용역 직원 정규직 전환, 국책금융기관 노사 자율교섭 등이 담겼다.
하지만 이 같은 요구조건에 대해 여론뿐 아니라 내부 직원들조차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고개를 저었다. 내부 반발로 인해 주 4일 근무가 아닌 주 5일 및 주 40시간 이하 근무로 제안했으나 익명을 요구한 시중은행 과장급 직원은 “워라밸을 추구한다는 취지는 환영하지만 4차 산업혁명과 핀테크 기술 발전으로 점점 은행원의 필요성과 입지가 좁아지는 상황에서 근무시간이 줄어들면 일을 덜 하는 만큼 내 임금이 삭감될 것이라는 걱정이 더 크다”고 밝혔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나오기보다 임금이 줄어들 것과 구조조정의 상시화가 우려된다는 의미다. 은행의 경우 제조업에 비해 평균임금이 높고 근무조건도 나아 여론의 부정적인 반응도 무시할 수 없다.
이와 함께 점심시간을 이용해 은행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은 만큼 점심시간 1시간 보장을 위한 PC오프는 은행의 ‘갑질’로 해석될 수 있다. 직원 복리를 위해 심각한 고객 불편을 초래하기는 힘든 까닭이다. 또 다른 은행 직원은 “비대면이 활성화됐지만 일이 많이 몰리는 영업점도 있고 기업영업이나 PB는 업무의 연속성 측면에서도 불편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노조 추천 이사제의 경우 KB노조가 지난해 11월 임시 주주총회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두 번이나 안건을 올렸지만 주주들의 반대로 부결됐고 근로조건이 아닌 경영에 대해 안건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에서 임금피크제를 적극 추진했던 만큼 정년 60세까지 임금피크제를 없애고 60세 이후부터 적용하자는 주장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관심사이기는 하나 사측은 인건비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날 회의에는 김태영 은행연합회장, 허권 금노위원장을 포함한 산별교섭대표인 KB국민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BNK부산은행, 한국감정원 노사가 참석했다. 양측은 최대한 빠르게 교섭을 진행하자는데 공감하고 차기 대표단 교섭을 다음달 10일에 여는 대신 집중적 실무 교섭과 대표 교섭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가기로 했다.
김태영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대표(은행연합회장)는 “금융 노사가 상호신뢰와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인 일자리 창출과 청년실업 해소 등 우리에게 주여진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해나가면 국민적 신뢰를 공고히 하고 어떤 문제도 슬기롭게 해결해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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