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042660)이 조선 ‘명가’ 부활을 위한 날갯짓을 하고 있다. 지난해 분식회계로 인한 상장폐지 위기를 넘기고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적정’ 부여로 최근에는 관리 종목에서도 해제됐다. 뛰어난 기술력으로 올해 발주된 LNG선의 절반을 수주하는 등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올 초 1만5,350원이었던 주가는 75% 이상 올랐다. 지난달 대우조선해양 정기 주주총회에서 정성립 사장이 “이제 어둡고 힘들었던 시기를 이겨내고 터널의 끝에 서 있다”고 밝힌 말이 허언이 아님을 입증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 지난 2011년 6월 기록한 최고가 4만8,200원과 비교하면 주가는 절반에 그치는데다 강재 가격 인상, LNG신조선가 하락, 원화 강세 등 악재가 여전히 쌓여 있다. 더욱이 중국 조선사들의 합병이 신규 수주 자체를 어렵게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다만 마진율이 높은 LNG선 수주가 이어지고 중국 조선사들의 합병이 저가 수주를 완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는 만큼 당분간 대우조선해양의 주가 상승 기대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2일 대우조선해양의 주가는 전일보다 1,000원 오른 2만7,650원을 기록했다. 기관이 13만주, 외국인 12만주 사들이며 주가를 상승세로 이끌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1·4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2조2,817억원, 797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16.44%, 64.31% 줄어 들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후판 투입 비중이 낮고 고부가가치인 LNG 운반선 수주 확대로 시장 기대치보다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1·4분기 매출액은 2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1,030억원으로 흑자 전환이 전망된다”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경쟁 조선소들과 비교해 LNG선 분야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높은 수익성의 배경으로 기술개발에 의한 건조원가 하락과 대량수주에 따른 반복건조 효과를 꼽는다. 대우조선해양은 가장 많은 LNG선 수주잔고를 갖고 있으며 수주잔고의 절반 이상이 LNG선으로 채워져 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LNG선 수주량은 8척으로 올해 발주된 전체 16척 중에서 절반을 가져갔다.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수주잔량은 경쟁사들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상황이 몇 년째 유지되고 있음에도 LNG선 수주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골라LNG(Golar LNG)와 같이 경쟁 조선소를 선호하던 메이저 선주도 지난해부터 대우조선해양으로 LNG선을 발주하기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미네르바(Minerva)와 같은 신생 선사도 대우조선해양을 선택했다. 박무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술개발에 따른 건조원가 하락, 대량수주로 인한 반복건조 효과 덕에 대우조선해양은 LNG선 분야에서 경쟁업체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내고 있다”며 “기술혁신을 통한 LNG선 건조 원가의 하락으로 LNG선수주를 계속해 늘리고 있는 만큼 높은 수익성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의 LNG선 매출 비중은 2017년 41%에서 올해 51%로 10%포인트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중국 1, 2위 조선사인 중국선박중공업집단(CSIC)와 중국선반공업집단(CSSC)의 합병 법인 소식은 국내 조선사들에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되고 있다. 중국의 대형 조선소 설립이 영세조선소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며 무분별한 저가수주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지만 세계 최대 공룡이 된 조선 합병법인이 더욱 공격적으로 수주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새롭게 탄생하는 거대 조선사는 항공모함에서 유조선, LPG 탱크선, 상선 등 모든 종류의 선박을 망라하는 생산 능력을 갖추게 된다. CNBC는 양사가 합병할 경우 연매출 5,080억위안(약86조원)의 거대기업이 탄생하게 된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이다. 지난 2월말 현재 CSSC와 CSIC의 수주물량을 합치면 1040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에 달한다. 이는 시장점유률 13%에 해당하는 규모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