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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유니콘 기업 절반이 차등의결권 도입

[지배구조 개혁 무엇이 문제인가]

■ 해외선 경영권 방어 어떻게

도요타·보쉬 등은 순환출자 연결

국내 기업이 밀집한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 전경. /권욱기자




미국식 지배구조의 특징을 보여주는 제도가 바로 차등의결권이다. 타이거펀드(SK텔레콤에 대한 공격), 칼 아이컨(KT&G), 엘리엇(삼성물산·현대자동차) 등 미국계 헤지펀드의 폐해를 일찌감치 맛본 만큼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수단에 대한 고민도 그만큼 깊었다. 그런 논의 결과가 주주 간 기계적 균형에 맞춘 의결권 부여를 버린 ‘차등의결권’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8월까지 미 증시에 상장한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설립 10년 이하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 29개사 중 차등의결권을 도입한 기업은 13개사(44.8%)나 됐다. 또 13개사 가운데 10개사(76.9%)는 경영진이 포함된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의결권 차이를 10대1로 정했다. 재계의 한 임원은 “유니콘 기업의 경우 창업 단계에서부터 다양한 형태의 외부자금을 수혈해야 하는데 이 중에서 경영권 찬탈이 목적인 투기자본도 있지 않겠느냐”며 “창업주로서는 차등의결권 덕분에 맘 놓고 외부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우리가 이 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면 어떤 일이 빚어질까. 기득권이라 할 오너의 농간 정도로 치부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대기업 관계자는 “일부 오너의 일탈을 빌미로 오너 경영에 대한 무분별한 불신과 편견이 정책에 투영되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며 “지배구조를 기업 스스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순환출자로 연결된 글로벌 기업도 적지 않다. 도요타의 경우 도요타자동직기·덴소 등은 순환출자로 연결돼 있고 독일의 보쉬·도이체방크 등도 비슷하다. 일률적 잣대로 선 긋기에 나서는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는 의미다. 경제5단체의 한 고위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문어발식 확장에 따른 폐해만 부각되고 있지만 순환출자가 경영권 보호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자생적 방어 차원에서 강화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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