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톤이나 꽃무늬라는 단조로운 패턴. 실생활의 거의 모든 제품이 개개인의 특별함을 강조하는데도 여전히 이런 디자인이 주를 이루는 시장이 있다. 바로 침구 업계다. 디자인 베딩브랜드 ‘에이미루시’는 바로 이 틈새를 파고들었다. ‘왜 우리는 항상 비슷하고 심심한 이불을 덮고 잘까’라는 생각에서 에이미루시를 창업한 이예규(27), 오한샘(26) 공동 대표를 최근 경기도 안양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둘의 인연은 중학생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머님들이 여성 최고경영자(CEO) 모임에 함께 속해 있던 덕분에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처음부터 함께 창업하는 것을 꿈꾸지는 않았다. 이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2015년 국내 대기업 마케팅 부서로 입사했고 당시 오 대표는 뉴욕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었다. 같이 사업을 해보자는 논의를 시작한 것은 이 대표가 퇴사를 결심하면서다.
“겨우 반년 일하고 그만뒀어요. 매일 야근을 하다가 미래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선배들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요.”
창업 아이템을 찾은 것은 우연이었다. 함께 놀러 갔던 동대문 원단 시장에서 침구 원단이 모두 비슷하고 특색 없는 것들뿐이라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저런 이불을 덮고 자기는 싫겠다’는 생각은 에이미루시 탄생의 밑거름이 됐다.
“시작은 월세 30만원의 창문도 없는 작은 사무실이었어요. 돈이 없으니 믿을 것은 둘의 시너지뿐이었죠.”
침구 디자인은 인테리어 디자인을 전공한 오 대표가 맡았고 이 대표는 대기업에서 마케팅을 담당한 경험을 그대로 살려 사업 전반을 책임졌다. 그렇게 지난해 10월 에이미루시가 시장에 등장했다. 사업은 시작부터 소위 대박이 났다. 처음 3주 만에 800만원의 매출을 올릴 정도였다.
“남들과 달리 침구와 사람이 함께 등장하는 사진을 사용하는 전략이 먹혔어요. 2030 여성들이 ‘나도 저 사진 속 사람처럼 예쁜 곳에서 지내고 싶다’고 느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에이미루시의 주력 상품은 침대 커버와 벽에 거는 패브릭 포스터였다. 모두 가정에서, 침실에서 사용하는 제품이다. 앞으로는 오피스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독특한 디자인의 마우스 패드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위한 신규 직원 채용도 계획하고 있다.
“단기적인 목표는 올해 매출 15억원을 달성하는 겁니다. 앞으로 10년 안에 더 많은 직원을 책임지고 더 멋진 제품들을 만들어 내는 회사로 키워내고 싶어요.”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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