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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전문경영인 중심 쇄신안 내놨지만 여론 잠재울지 미지수

조양호 갑질 논란 사과... 조현아·현민 경영 퇴진

“참담한 마음...모든 것이 제 잘못"

준법위 도입 등 재발방지책에도

뒤늦은 사과에 국민 공분 확산

밀수 조사 등 정부 압박 본격화

지난 12일 조현민 대한항공(003490) 전무가 던진 물컵 하나가 한진그룹 오너가를 침몰 직전까지 몰고 있다. 22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예정에 없던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논란의 중심에 선 두 딸 조현민 전무와 조현아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을 모든 직책에서 손을 떼게 했다. 이는 오너 일가라도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면 엄중한 인사 조치를 내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조 전 전무는 물벼락 갑질 사건과 임직원에 대한 고성·욕설 녹취가 공개되자 16일 대한항공 업무에서 배제됐다. 하지만 조 전 전무는 한진칼 전무, 진에어 부사장 등 상장사 임원은 물론 정석기업·한진관광·칼호텔네트워크 등 비상장사 3곳의 대표이사, 싸이버스카이 사내이사 등의 직책은 그대로였다. 이날 사과문은 그간 조 전 전무를 두둔하는 듯한 조 회장에 대한 비판이 커지자 사태를 진화하기 위해 서둘러 마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은 대한항공을 ‘전문경영인’ 체제로 바꾸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하겠다는 쇄신안도 함께 내놓았다. 갑질 논란으로 3세 경영에 대한 국민의 공분을 가라앉히는 동시에 국내 대표항공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대한항공에 부회장직을 신설하고 석태수 한진칼 대표이사가 부임한다. 대한항공에는 조현민과 조현아 외에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직책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석 부회장이 경영 일선을 이끄는 동시에 대내외 소통과 분란을 겪고 있는 사내 화합을 책임질 예정이다.

조 회장은 이에 더해 “차제에 한진그룹 차원에서 이사회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특히 외부인사를 포함한 준법위원회를 구성해 유사 사태 재발을 방지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정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이는 조현아 전 사장이 대한항공 부사장으로 재직 당시 출발하던 항공기를 되돌린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구속됐지만 최근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해 세간의 비판을 산 사건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미 진에어 부사장 등 7개 직책을 이날 모두 내려놓은 조현민 전 전무도 추후 사태가 잠잠해지면 다시 경영에 복귀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의식한 조 회장이 향후 사외이사를 늘리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해 대한항공 경영의 독립성을 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조 회장은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이 환골탈태해 변화된 모습으로 국민 여러분 눈높이에 맞는 기업으로서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조 회장이 사태 10일 만에 대국민 사과와 함께 내놓은 경영쇄신안에도 사태는 더 확산되는 모습이다. 최초 사태가 터진 후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전무가 외국인은 국적항공사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는데도 6년간 자회사 진에어의 등기임원을 지낸 것과 조 회장 일가가 상습적으로 해외에서 고가품을 관세청에 신고하지 않고 들여왔다는 등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경찰이 내사에 들어간 데 이어 관세청이 조 회장 자택과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파문은 갈수록 확산됐다. 특히 이날 조 회장이 본사 집무실에 방음공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를 수습하기보다는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더 커진 상황이다.

조 회장 일가에 대한 정부 차원에서의 압박이 이제 시작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압수수색을 단행한 관세청이 탈세 정황을 파악해 조 회장 일가를 직접 소환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조 회장 가족의 신용카드 내역 등을 일일이 분석한 후 진행한 이날 압수수색에서 상당한 증거를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기와 승무원 등을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과 가구 등을 항공기 부품으로 위장해 반입했다는 의혹은 이제 조 회장 일가가 직접 관세청에서 밝혀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품 밀반입 등 각종 의혹에 대해 관계기관 수사가 진행 중이어서 대한항공 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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