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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불신에서 안심으로]미스터리 쇼핑서 해피콜까지...불완전판매 촘촘한 감시망 가동

<중>금융상품 판매 자정 나선 금투업계

NH투자證 등 금융상품 설명의무 준수 수시 점검·AS 강화

고령자에 고위험상품 판매땐 녹취 의무화 등 신뢰회복 노력

작년 불완전판매 의심 권유 450건서 128건으로 뚝 떨어져

# 직장인 김석현(32)씨는 5년 전 가입한 원유펀드 때문에 괴롭다. 당시 A증권사 직원은 “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자신하며 원유펀드를 추천했다. 직원의 말대로 유가는 100달러, 110달러까지 올랐지만 얼마 안 가 내리막길을 타면서 현재 이 펀드의 5년 수익률은 -49%로 반토막 났다. 증권사 직원은 김씨에게 셰일가스나 원유 사이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김씨는 “공부도 않고 덜컥 가입한 내 탓”이라고 자책하지만 증권사를 원망하는 마음이 더 크다. 금융소비자들은 김씨와 비슷한 이유로 여전히 금융투자 업계를 불신하고 있다. 최근 수익률이 좋았다는 이유만으로 금융상품을 추천하거나 목표수익률에 다다른 펀드 가입자에게 수수료가 높은 상품으로 교체를 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융상품이나 주식 매매는 애프터서비스(AS)가 없다는 증권사 직원들의 태도는 결국 금융투자 업계에 불신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가뜩이나 보수적인 국내 금융소비자들이 금융상품에 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된 것이다. 불신의 벽을 허물기 위해 금융투자 업계는 각고의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단기투자에만 머물고 펀드도 잦은 환매로 증시의 버팀목이 되지 못하는 원인을 금융투자 업계 스스로가 제공했다는 반성이 나온다. 권용원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뼈를 깎는 자정노력이 고객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금융투자 업계의 자정노력은 유통 업체에서나 보이던 ‘미스터리 쇼핑’과 ‘해피콜’ 등을 도입하고 고령자에게 투자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판매할 경우 녹취를 의무화하는 등의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스터리 쇼핑과 해피콜은 유통 업계의 시스템을 본뜬 것이다. NH투자증권은 각 지점에 한 해 6회씩 미스터리 쇼핑을 실시한다. 금융소비자를 가장한 직원을 보내 투자성향 조사와 상품 설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고위험상품에 대한 주의사항을 충분히 전달하는지를 점검한다. NH투자증권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대형 증권사에서 미스터리 쇼핑을 시행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의 한 관계자는 “설명 의무를 준수했는지, 투자자의 성향에 맞는 상품을 권유했는지 등 5가지 위험도 지표를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품을 판매한 후에도 재차 확인하는 절차가 해피콜이다. 금융당국 차원에서 업계 전체에 적용하도록 한 제도지만 증권사별로 더 강화된 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한국투자증권 측은 “펀드 등 일반적인 금융상품뿐만 아니라 해외거래, 선물·옵션, 신용거래, 투자자문업자와의 자문계약 등도 포함해 광범위하게 해피콜을 활용하고 있다”며 “가입자와의 통화를 거쳐 판매가 규정대로 이뤄졌는지 확인하고 다른 요청사항이나 불편사항도 함께 접수해 업무에 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에도 소비자의 불만은 있기 마련이다. 관건은 어떻게 대응하느냐다. 미래에셋대우는 매월 발생한 주요 민원을 사내에 공개하는 ‘민원발생내역 공개’ 제도, 투자자의 권익을 저해하는 문제가 생겼을 때 전 사원이 주의를 기울일 수 있도록 하는 ‘민원 조기경보발령’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소비자의 소리(VOC)’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단순히 민원을 접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빅데이터 기술로 이를 분석해 선제적으로 응대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 밖에 상품에 가입한 고객의 ‘변심’으로 환매·상환 요구가 있을 경우 투자금과 함께 판매 수수료까지 돌려주는 수수료 환불 서비스도 다수의 증권사가 운영하고 있다.



과거 금융투자 업계는 ‘한 번 팔고 끝’인 시장에 가까웠다. 하지만 최근에는 소비자의 자녀까지 고객으로 확대하는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 가문의 자산을 대대손손 관리해주는 ‘패밀리 오피스’가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장 좋은 영업의 방향은 대대로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이라며 “장기적인 신뢰관계가 결과적으로 가장 좋은 영업수익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신영증권과 자회사인 신영자산운용을 모범 사례로 들 수 있다. 두 회사는 국내에서 장기 가입자가 많기로 손꼽힌다. 최근 신용융자잔액이 12조원을 넘어서는 등 사상 최대치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지만 신영증권은 신용대출을 꺼린다. 자기자본 1조원이 넘는 12개 증권사(지난해 말 기준) 중 자기자본 대비 신용공여금 비중이 4%에 불과해 업계 평균(60%)을 크게 밑돈다. “고객들이 빚을 내 투자하면 장기투자·가치투자라는 신영의 철학을 지키기 어렵고 손실을 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투자 업계의 노력은 실제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금융투자 업계 민원은 1,542건으로 전년보다 2.8% 감소했다. 지난 2014년(5,503건)보다는 72%나 줄어든 수치다. 특히 불완전판매가 의심되는 부당권유는 450건에서 128건으로 급감했다. 금융당국은 이에 그치지 않고 ‘종합검사’ 제도를 3년여 만에 부활시키기로 하는 등 관리감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상품의 불완전판매, 증권사·자산운용사의 위법사항이나 건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감시, 개선하겠다는 의지다.

고령의 금융소비자들에 대한 보호도 강화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70세 이상의 소비자에게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위험상품을 판매할 경우 판매 과정을 녹취해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녹취하지 않거나 녹취 파일 제공을 거부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선진국처럼 더 까다로운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일본증권업협회(JSDA)는 75세 이상의 고령 소비자에게는 보다 신중한 상품 판매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상품 권유와 계약 과정에서 녹취는 물론이고 면담 기록까지 따로 보존한다. 특히 80세 이상의 소비자는 아예 금융상품에 관한 설명을 들은 당일에는 계약이 불가능하게 돼 있다. 최소한 하루는 지인들의 의견을 듣는 등 신중하게 검토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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