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베트남 VN지수는 전일 대비 0.52% 오른 1,050.26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소폭 상승했지만 지난 9일 1,204.3포인트를 기록했던 지수는 불과 20일 사이 12% 급락해 두 달 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시가총액 비중을 감안하면 부동산, 금융주 부진이 하락을 주도했다. 베트남 증시가 급락한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제기된다. 우선 국채 10년물 금리가 4월 들어 20bp 가까이 상승하면서 지수 조정의 빌미를 제공했다. 시장을 주도하던 부동산과 금융주가 급락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섹터는 금리 안정과 대출확대 기대감으로 상승했으나 금리 상승으로 조정세를 맞으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대거 쏟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서민웅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외불확실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와 통화정책 기대감 약화로 금리가 상승 기조로 전환했고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금리 상승 압력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당국의 부동산 규제 이벤트도 주도주 가격을 끌어내렸다.
수년간 상승세를 이어오던 베트남 증시의 갑작스러운 급락에 국내 펀드 투자자들 역시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베트남 증시는 연초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G2 무역 갈등에도 흔들리지 않고 상승세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최근 한 달 사이 모든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로 돌아섰다. 국내 15개 베트남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5.80%이며 연초 이후 수익률도 8.15%로 성장세가 둔화했다. 설정액 규모가 가장 큰 ‘한국투자베트남그로스’와 ‘한국투자KINDEX베트남VN30’의 한 달 손실은 -6%, -7.36%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여전히 중장기적으로 베트남 증시의 상승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한 달간 조정기에도 설정액이 1,345억원 증가해 지역 펀드 중 글로벌 펀드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1,000억원 넘는 자금을 끌어모았다. 연초 이후 유입액은 6,02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단기 변동성이 커진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 VN지수가 2016년 이후 2배 가량 상승하는 등 밸류에이션이 20배에 이르면서 투자 부담이 커져 대기업 중심의 주가 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보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빈그룹, 비나밀크, 페트로베트남 등 시총 상위 5개 기업 중 4개 기업의 PER이 25배가 넘어 추가 상승 재료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상승폭이 제한적일 전망”이라며 “개별기업 중에는 부담스러운 대기업 이외에 아직 상승 여력이 높은 시가총액 상위 10위권 이외의 기업으로 시선을 돌려볼 수 있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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