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재직 시설 채용비리 의혹으로 옷을 벗은 최흥식 전 원장은 금감원 최초의 민간 출신 원장이었고 그 바통을 이어받은 김기식 전 원장 역시 참여연대 출신으로 금융권 경력은 사실상 없었던 인물이었다. 윤 교수는 경기고, 서울대 경영학과를 나와 한국은행과 금융연구원·금융학회장 등을 두루 거쳤으나 역시 정부에서 직접 일한 적은 없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 교수와 함께 신임 금감원장을 거론됐던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이나 김오수 법무연수원장은 모두 금융관료 출신이 아니라는 공통점이 있다”며 “청와대가 금감원장 자리만큼은 모피아(재무관료+모피아)에게 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김기식 전 원장 사태가 불거진 후 “근본적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줘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밝힌 바 있다.
윤 교수가 차기 금감원장에 내정되면서 청와대가 요구하는 강한 수준의 금융혁신에 본격적인 드라이브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정부 출범 이후 금융위원회의 민간 자문기구인 금융행정혁신위원회를 이끌면서 ‘금융혁신’의 밑그림을 그렸었다. 이런 윤 교수가 금감원장직을 맡으면서 ‘설계자’에서 ‘집행인’으로 옷을 갈아입게 된 셈이다.
당장 금융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윤 교수는 당시 혁신위 활동을 끝내면서 내놓은 권고안을 통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한편 근로자추천 이사제를 도입하라고 제안했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대해서는 일명 ‘셀프 추천’을 막는 등 이사회 및 임추위 전반에 투명성을 강화하라고 권고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건의 경우 금융위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결국 법제처 해석까지 거친 뒤에야 과징금 부과가 이뤄졌다”며 “현재 지지부진한 노동이사제 등에서 압력이 거세질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금융위가 지휘하고 금감원이 따라가는 금융감독체계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윤 교수는 금융감독체계를 정책과 감독 분야로 나눠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금융위는 금융산업 진흥과 같은 정책 기능을 가져가고 금감원이 감독 기능을 전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 금융감독위원회 체제로 회귀를 의미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윤 교수는 청와대 실세인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경기고 동문으로 함께 금융 분야에서 진보적인 목소리를 내왔다”며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맞물려 금융감독의 무게추가 금감원 쪽으로 확 실릴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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