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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몰이 깃발 꽂자"...10분 안에 승부 나는 '베스트 댓글'

■'文, 문정인 경고' 기사 댓글 보니

기사 온라인 전송후 8분여만에

'이양반 정신없는 분 같다' 댓글

1만여개 공감 받으며 여론 주도

랭킹뉴스도 댓글 선점통해 결정

순공감수 상위 우선노출이 원인

지난 2일 오전 10시 52분. ‘文 대통령, 문정인에 경고’라는 기사가 네이버에 올라오자 수 분만에 수십 개의 댓글이 달렸다. 해당 기사에는 문정인 특보에 대한 비판과 대북정책에 대한 우려 등을 담은 1만4,000여개의 댓글이 이튿날 오전까지 달리며 온라인을 달궜다. 하지만 순공감수가 가장 많은 ‘베스트 댓글 5’ 외에는 다른 댓글을 보기 힘들었다. 특히 이들 베스트 댓글은 기사가 전송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작성돼 온라인 여론을 24시간 가량 주도했다.

3일 서울경제신문이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댓글의 여론 향방은 기사가 표출된 지 사실상 10분 안에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 2일 문정인 특보와 관련한 기사의 베스트 댓글은 기사 송고 후 8분여만에 달린 ‘이 양반 정말 정신이 없는 분 같다. 소위 학자라는 사람이 머리는 텅 비었나’ 등 다소 원색적인 비판 내용이 담겼다. 해당 댓글은 무려 1만5,000개의 공감을 받으며 여론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

두번째로 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은 기사 게재 후 5분 만에 올라온 ‘주한미군 철수를 입에 올리다니, 이런 매국노를 보았나’라는 공격성이 다분한 글이었으며 이외에도 각각 10시 57분, 10시 56분 올린 글이 최상단에 노출됐다. 순공감 수가 두번째로 많았던 댓글은 작성자가 삭제해 관련 정보가 노출되지 않았다.





이처럼 ‘깃발’을 먼저 꽂은 댓글이 사실상 여론을 독점하는 상황은 댓글 정렬 알고리즘 때문이다. 네이버 모바일 화면의 경우 순공감수(공감수-비공감수)가 가장 많은 상위 댓글 5개를 우선 노출하고 다른 댓글을 보기 위해서는 추가로 ‘댓글 더보기’를 클릭해야 한다. PC로 기사를 볼 경우 순공감수 많은 댓글 10개가 우선 노출되지만 국내 온라인 뉴스 소비자의 80%가량은 모바일로 기사를 소비한다는 점에서 상위 댓글 5개로의 공감 및 비공감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실제 해당 기사에서 여섯번째로 순공감을 많이 받은 댓글의 공감수는 1,500여개로 5번째 순공감수가 많은 댓글(6,700여개)과 큰 차이가 났다. 무엇보다 이 여섯번째 댓글은 ‘중국의 중화 패권주의와 일본의 팽창주의에 대한 방안’ 등을 묻는 비교적 높은 식견을 자랑해 비공감 수가 42개에 불과할 정도로 호응이 높았다. 반면 5번째로 순공감수가 많았던 댓글은 ‘문정인은 문재인과 친북인사들의 복심?’과 같은 분열을 조장하는 내용을 담아 비공감수가 3,200여건에 달했지만 댓글 알고리즘 상 훨씬 상위에 노출됐다. 댓글 작성 시간 5분여의 차이가 공감수 5,000여개의 차이로 이어진 셈이다.



댓글 선점을 통한 일종의 여론몰이 행태는 ‘랭킹뉴스’에서도 볼 수 있다. 지난달 25일 21시 59분에 송출된 모 언론사의 ‘드루킹 출판사 절도사건’ 기사와 관련해서는 2분 만에 ‘기레기가 괜히 기레기가 아니지’라는 공격적인 댓글이 달렸으며 공감수 2만건을 넘어섰다. 기사가 올라오자마자 제목만 보고 자극적인 표현을 하면 베스트 댓글에 오를 수 있는 셈이다.

네이버의 ‘기계적 중립’에 가까운 순공감수 기준 정렬 알고리즘은 지난해 말에 국정 감사 등에서 댓글 관련 비판이 계속되자 도입됐다. 이전까지만 해도 비공감수에는 추가로 가중치를 부여해 누적 공감수와 합산하는 방식으로 상위 댓글을 나열했다.

한편 구글 ‘유튜브’의 경우 몇 년 전 업로드 된 동영상에 비교적 최근에 달린 댓글이 상위에 노출되는 등 보다 복잡한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 업로드된 방탄소년단(BTS)의 뮤직비디오 ‘DNA’ 관련 유튜브 댓글 최상위에는 6개월 전에 작성된 댓글이 노출돼 있으며 이외에도 하루나 일주일 전에 작성된 댓글이 상위권을 차지하기도 한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는 “댓글 정렬 알고리즘을 개편하더라도 몇몇 이용자들은 가장 상단에 댓글을 노출시키는 방법을 찾아내 또다시 여론몰이를 할 수도 있다”며 “지금으로써는 포털사이트에 노출되는 댓글을 없애는 것 외에는 마땅한 대안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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