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토종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기업의 활약에 힘입어 우리가 ‘바이오 강국’에 올라선 듯한 착시현상이 있지만 산업의 평균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지는 셈이다. 특히 우리보다 바이오 산업에 늦게 뛰어든 중국의 경우 최근 각종 기술적·행정적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등 초스피드로 ‘바이오 굴기’에 나선 상황이라 우리나라 바이오 산업이 느끼는 긴장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터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논란은 자칫 갈 길이 먼 한국 바이오 산업의 성장 속도를 갉아먹을 수도 있다. 더구나 금감원의 갑작스러운 발표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이중잣대’ 논란과 ‘절차적 정당성’의 훼손, 그리고 석연찮은 발표 시점 등을 보면 더더욱 그러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회사 설립 이후 1·2·3공장 건설과 바이오시밀러 개발에 3조원을 쏟아 부은 끝에 의약품위탁생산(CMO) 분야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올라섰다. 하지만 ‘삼성’에 대한 정부의 삐딱한 시선과 불확실성에 거액을 베팅해야 하는 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외면한 ‘외눈박이 행정’의 볼모로 전락한 모양새다.
정부는 바이오 산업에 대해 규제 완화 드라이브를 나름대로 강하게 걸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켠에서 기업의 경영 판단을 무시한 채 ‘회계 족쇄’를 채우려는 것은 모순이다. 특히 이번 사건이 삼성바이오로직스라는 하나의 기업을 넘어 국내 바이오 전체에 대한 투자 리스크로 이어져서는 곤란하다. 정부가 이번 문제를 보다 근본적이고 넓은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hanu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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