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사업본부가 최대 4,000억원을 출자할 ‘굿잡(Good job)’펀드 위탁운용사(GP) 선정에 들어갔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중소·중견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결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주요 운용사들은 운용상 제약 때문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우정사업본부는 이날 굿잡펀드 위탁운용사 제안서 접수를 마감했다. 우본은 총 두 곳의 위탁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며 한 곳당 1,000억~2,000억원을 출자할 예정이다. ‘좋은 일자리’ 혹은 ‘잘했다’라는 중의적인 의미를 가진 굿잡펀드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성장 단계의 중소·중견 기업’에 펀드 자금의 50%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우본은 “투자 후 일자리 창출 효과를 측정해 목표치를 넘길 경우 다음 해 사모투자펀드(PEF) 선정시 가산점을 부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우본은 PEF 운용사를 모아놓고 굿잡펀드에 대한 설명회 및 공청회를 개최했다. 펀드 결성에 앞서 업계의 의견을 반영함과 동시에 펀드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참석했던 PEF 운용사들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콘셉트 때문에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PEF의 특성에 맞춰 운용사들에 자율성을 부과해야 하지만 정책성 목적이 강해 제약이 크다는 이유에서였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투자 대상을 한정 지었을 뿐 아니라 일자리 창출이라는 결과도 애매하다”며 “출자 규모도 작아 PEF 운용사보다는 창업투자회사들의 관심이 컸다”고 말했다.
우본은 PEF 운용사들의 부정적인 평가에 자율성을 최대한 부과하는 방식으로 모집 공고를 냈지만 PEF 운용사들의 관심을 끌기는 힘들어 보인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또한 정부의 정책에 따라 결성되는 정책펀드의 특성상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정책펀드 중 성공한 것은 과거 2013년 스틱인베스트먼트가 모태펀드에 돈을 받아 설정했던 일자리창출펀드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틱은 334억원 규모의 스틱일자리창출펀드를 연환산수익률(IRR) 30%로 청산했다.
일각에서는 우본이 정부의 정책에 구색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 굿잡펀드를 내놓았다는 해석도 제기됐다. 산업은행과 한국성장금융은 지난달 말 8,000억원을 출자하는 성장지원펀드 위탁운용사 선정계획을 밝혔다. 산업은행(5,000억원), 성장사다리펀드(1,000억원), 산은캐피탈(1,000억원), 정부재정(1,000억원) 등이 출자자(LP)로 참여했다. 이 펀드는 설립 초기 단계를 지난 중소·중견기업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콘셉트이다. 업계 관계자는 “우본의 굿잡펀드는 성장지원펀드와 펀드 콘셉트가 거의 유사하다”며 “자체적인 출자사업보다 성장지원펀드의 매칭용이 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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