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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경협發 재정 비상등]복지부담도 버거운데...결국 부가세 인상으로 비용 충당하나

재정건전성 감당 어떻게

부가세 OECD 절반 수준...1%P만 올려도 6.7조 확보

증세땐 국민감정 악화 불보듯...시간두고 추진할 듯

남북 정상의 판문점 선언이 발표된 지 이틀 뒤인 지난달 29일 경기도 파주 임진각 경의선 철길에 ‘평화열차 DMZ 트레인’이 지나가고 있다. 판문점 선언에 적시된 경의선·동해선 등 북한의 교통 인프라 확충에는 막대한 재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 이후 경제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동시에 수백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민간이나 국제사회의 역할은 제한적인 만큼 실제 경협 돌입 시 앞으로 상당한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이미 복지 확대나 공무원 증원 등으로 재정 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정부가 연금개혁에 나서거나 부가가치세 등의 증세를 통해 재원을 마련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백조 경협비용…결국 재정 부담=14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주요 기관들은 경협 진행에 따라 앞으로 수백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14년 11월 작성한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 보고서에서 북한 개발을 위한 재원 규모로 5,000억달러(약 534조원)를 제시했다. 북한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20년간 1만달러로 끌어올리는 데 들어가는 돈이다. 또 북한 내 인프라 육성에 1,400억달러, 산업육성에 350억달러가 들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북한 경제특구 개발과 에너지 교육 등 투자에 연간 27조원씩 10년간 270조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고 국회 예산정책처는 2015년 보고서에서 2026년 통일 시 2060년까지 통일비용 2,316조원이 필요하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이처럼 낙후한 북한 경제발전에는 적어도 수백조원이 투입된다. 물론 경협이 가져다주는 시너지나 평화를 누리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경협의 경제적 손익이나 유불리를 떠나 비용 상당 부분은 당장 우리 정부가 마련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 원조는 북한의 국제통화기금(IMF) 가입까지 수년이 걸리고 북한 내 확실한 안전이 보장되기 전 민간 투자는 언감생심인 특수성 때문이다.

◇복지 지출·부채도 가파르게 증가=문제는 우리 정부의 재정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곳간 사정만 따지면 괜찮다. 법인세 호조 등으로 세수 풍년이 이어지는데다 세계 경기 호조에 수출 여건도 좋다. 그러나 앞날은 순탄하지 않다. 반도체에 의존한 산업 구조는 한순간에 휘청일 수 있고 사상 최악의 실업난에 경제의 활력은 떨어지고 있다. 저출산·고령화가 개선되지 않으면 경제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정부는 올해 복지 예산 비중을 역대 최대 규모인 전체의 33.7%로 편성했고 앞으로 더 늘려갈 방침이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도 매년 늘릴 것으로 전망되는데 정부 계획대로 17만여명을 더 뽑을 경우 30년 동안 300조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사정으로 국가부채는 2016년 1,433조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1,555조원으로 매년 급증하며 부담을 키우고 있다.

◇연금 개혁·부가세 인상 거론=이 때문에 결국 정부가 경협 자금을 위한 재원 마련 대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력한 방안으로는 연금개혁을 단행해 기존 예산을 절약하거나 증세를 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박근혜 정부에서 공무원연금은 조금이나마 개혁을 했지만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은 여전히 성역으로 남아 있다. 일례로 군인연금을 보면 2016년 현재 군인연금 수입보다 지출이 많아 정부에서 국가재정으로 보전한 금액은 1조3,665억원(국회 예산정책처 분석)이었다. 남북관계 개선과 이에 따른 재정 투입 필요성, 재정 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각종 연금에 대한 수술이 진행되고 이를 남북 경협에 활용할 수 있다.

증세는 워낙 민감한 사안이고 섣불리 시행했다가 남북관계에 대한 국민 감정 악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초반에 시행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단행한다면 부가세 인상이 1순위로 거론된다. 우리나라의 부가세는 10%로 2016년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9.2%의 절반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앞서 “부가세는 남북관계가 개선될 때를 대비해 남겨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걷힌 부가세는 67조원으로 1%만 올려도 6조7,000억원의 세금이 더 들어온다는 단순 계산이 나온다.
/세종=임진혁기자 이태규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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