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우승도 좋지만 커피 향 그윽한 남자가 되고 싶습니다.”
조한승(36) 9단은 16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9기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시상식에서 여유 넘치는 우승 소감을 밝혔다.
대회 후원사가 커피 회사인 동서(026960)식품이라는 점을 의식한 ‘립서비스’일 수도 있지만 조 9단의 소감에는 더 넓은 세상으로 시야를 넓히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조 9단은 맥심배 결승 3번기에서 박영훈(33) 9단을 2승1패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국에서 반집 승을 거두며 팽팽한 접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조 9단은 소감과 관련해 “농담 반 진담 반이었다”고 웃으면서도 “프로 기사이기 때문에 승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 하지만 나는 바둑계에서 중간 나이에 있다. 바둑도 중요하지만 외적인 부분에서도 긍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기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최근 바둑계에서는 ‘미투 운동’을 계기로 9년 전의 불미스러운 일이 폭로돼 프로 기사들이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조 9단은 “바둑 외적으로도 많이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둑과 외부적인 부분을 둘 다 조화롭게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일이 나왔으니 기사들도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시상식에는 조 9단, 박 9단을 비롯해 이광복 동서식품 사장,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조 9단은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 첫 우승 트로피와 함께 5,000만원의 우승상금을 받았다. 통산 세 번째 우승에 도전한 박 9단은 아쉽게 결승에서 패하며 준우승 트로피와 2,00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특히 맥심커피배 입신최강전은 이번 대회부터 본선 24강전에서 32강전으로 규모가 확대돼 바둑계와 팬들에게 시작부터 큰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변수연기자 dive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