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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위기·고유가...단기 피신처로 자금 급속 이동

국내시장 불안에 넉달새 18조 정기예금으로 옮겨가

슈퍼스파이크 등 이어질 경우 머니무브 가속화할 듯





미국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아르헨티나·터키 등 신흥국 자금 유출과 중동 리스크로 인한 유가 급등으로 국내에서도 올 들어 넉 달 만에 대표적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으로 18조원이 몰리는 등 ‘머니무브’가 본격화될 조짐이다. 해외 변수에다 국내 금리 상승 전망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투자처를 잃은 부동자금이 은행으로 몰린 것이다. 18일 외신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18일(한국시간) 오전 한때 연 3.1261%까지 치솟아 지난 2011년 7월 이후 약 7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7월물은 전날 장중 한때 배럴당 80.50달러까지 올랐다. 국내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머니무브’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외국인 주식자금이 지난달 20억달러나 빠져나가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안전자산인 정기예금으로 돈이 몰리는 것도 긴장을 키우고 있다. KB국민과 신한·우리·KEB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552조원으로 2017년 말 대비 18조원 증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08억원이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무려 40배나 넘게 증가한 것이다. 달러 강세에 유가급등, 한미 금리차 확대 등으로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일단 예금으로 피신하고 보자는 심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대기성 펀드 자금으로 분류되는 머니마켓펀드(MMF) 순자산도 100조원을 다시 넘어섰고 한 달여 동안 20조원 넘게 MMF에 몰렸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은행 금리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는 등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 보니 은행으로 돈이 이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차 확대와 중동 리스크 고조로 원자재 시장에서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슈퍼스파이크(장기 가격상승)’가 맞물리면서 대규모 머니무브가 일어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국제금융협회(IFF)는 미국의 단기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신흥국 투자자금이 연말까지 430억달러가량 빠져나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을 내놓았다. 박성욱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국채금리 급등에다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리 인상에 영향을 주고 신흥국 위험을 고조시킬 것”이라며 “현시점이 지난 2월까지 좋았던 분위기가 바뀌는 터닝포인트일지는 2·4분기 숫자를 봐야 안다”고 말했다.
/황정원·박민주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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