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세금이 많이 걷히는 ‘세수 풍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기업들이 돈을 잘 벌어서 법인세가 더 많이 걷힐 수도 있고, 부동산 거래나 근로자 소득이 많아져도 세금이 풍부해집니다. 한편, 정부가 한 해 세금이 얼마나 들어올 지 예측이 틀릴 때도 세금이 많이 들어옵니다. 정부는 이런 풍부한 세금을 바탕으로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청년일자리 대책을 위한 추가경정예산도 편성하고 있죠. 반대로 예상보다 세금이 적게 걷힌다면 정부는 예산 집행을 위해 빚을 내야 합니다. 국채 등을 찍어 시중으로부터 돈을 빌려야 하는 거죠. 그런 점에서 세수가 부족한 것보다는 남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세수가 얼마나 풍년인지, 어떻게 바라봐야 할 지 깊이 들어가 보겠습니다.
◇이어지는 세수 풍년, 1·4분기 9조 더 들어와=먼저 최근 재정동향을 살펴보겠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10일 펴낸 ‘월간 재정동향’ 5월호를 보면 올해 1·4분기 국세 수입은 78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조9,000억원이 더 많습니다. 정부가 1년간 걷으려고 계획한 목표액 중 실제로 걷힌 세금의 비율을 의미하는 세수 진도율은 29.4%로 지난해보다 1.6%포인트 높습니다.
세금이 많이 들어온 데는 법인세와 소득세가 많아져서입니다. 세목별로 법인세는 20조8,000억원이 걷혔는데 지난해보다 3조6,000억원이 많습니다. 소득세는 3조1,000억원 증가한 20조6,000억원입니다. 법인세 증가는 기업 실적 개선의 영향으로 풀이됩니다. 12월 결산 법인의 2017년도 순이익은 101조9,700억원으로 2016년(63조9,300억원)보다 59.5% 증가했습니다. 이에 따라 이 기업들의 법인세 실적은 전년대비 4조원 증가했죠. 소득세는 상용근로자 수가 증가한 것과 양도소득세 중과세 시행(4월)을 앞두고 부동산 거래가 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됩니다.
◇커지는 오차율, 10% 육박=세금이 많이 걷혔다는 이야기는 그만큼 예상치를 뛰어넘었다는 뜻과도 마찬가지죠. 국회예산정책처의 ‘2016회계연도 국세수입 결산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2016회계연도 국세수입의 결산 대비 오차율은 8.1%(본예산: 222.9조원, 결산: 242.6조원)로 2015회계연도(오차율: -1.5%)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습니다. 지난해에도 23조1,000억원이 더 걷혀 오차율 9.5%를 나타냈고, 올해도 지난해보다 세수 풍년이 이어지며 상당한 오차가 불가피해 보입니다. 정부의 세수 예측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는 셈이죠.
이 때문에 매년 국정감사에서는 국회의원들이 기재부에 세수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라고 질타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기재부는 조세재정연구원과 한국은행 등 관련 기관과 매년 세금 수입을 어떻게 전망할 지 분석하며 예측을 높이려고 하지만 쉽지만은 않습니다. 상반기중에 나온 각종 경제지표로 이듬해 세수를 전망하려다 보니 그 사이에 변수가 많아지고 변화도 커져 맞히기 어렵죠
◇세입 예측 모형 개선·공개 고민하는 정부=세입 전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아예 정부가 세수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모형을 공개하라는 요구도 있습니다. 지난달 김성식 바른미래당 의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 중 27개국이 세입추계 방법을 공개한다”며 정부의 세입 추계 방법·근거 등을 국회에 보고하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실제 미국은 매년 예산을 발표하면서 세입 실적치와 예측치의 차이를 분석한 내용을 함께 발표하고, 호주는 예산서에 이전 회계연도 경제예측 오차에 대한 원인 분석을 통해 세입추계의 신뢰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또 위원회를 구성해 여러 전문가가 모여 세수를 예측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요. 이에 따라 정부는 실제 다른 나라는 얼마나 공개하는지를 살피며 모형을 공개할 지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세입 전망을 좀 더 과감하게 할 지 역시도 고민 대상입니다. 최근 3년간 세수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온 만큼 아예 세입 전망을 더 많게 잡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만만한 작업은 아닙니다. 경기변동이라는게 무조건 상승만 하는 게아니라 등락을 반복하기 때문이죠. 최근 고용과 생산, 투자 등 각종 경제지표가 악화해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는 점도 변수입니다. 지난 3년을 근거로 내년 세입 예상치를 넉넉히 잡았는데, 경기침체로 법인세나 소득세 등이 줄면 앞서 말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수도 생기기 때문입니다./세종=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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