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금융그룹통합감독 시행을 앞두고 금융당국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지배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GE는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혁신의 아이콘’으로 통하며 미국 제조업을 이끌었으나 주력 자회사들의 잇단 실적 부진으로 지금은 그룹 해체 위기에까지 몰린 상태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20일 “세계적으로 제조업과 금융업을 함께 영위하는 그룹이 GE 정도를 제외하면 많지 않아 GE의 기업 지배구조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 결과를 금융그룹감독 입법 과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금융그룹통합감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따라 도입됐으며 자산 5조원 이상 복합금융그룹인 삼성·현대차·롯데·한화·미래에셋·동부·교보 등 7개 기업에 적용된다.
금융당국은 한때 세계 최고 기업이었던 GE가 몰락하게 된 과정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GE는 금융계열사인 GE캐피털이 너무 잘나가서 문제가 된 사례다. GE는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60%를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커진 GE캐피털을 적극 활용했다. GE캐피털이 돈을 조달해오면 이를 다른 계열사의 해외사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엔진·에너지·헬스케어 등 주력 사업의 투자금이 GE캐피털에서 벌어온 돈으로 충당됐다. 하지만 GE의 ‘뿌리’인 제조업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 4·4분기에 98억3,0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데 이어 설상가상으로 올해 초에는 GE의 보험 부문에서 150억달러 규모의 우발 부채까지 발견됐다.
GE의 사례는 금융그룹통합감독의 핵심인 계열사 간 ‘방화벽’ 강화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지난달 통합감독 모범규준 초안을 내놓으면서 삼성생명이 삼성중공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을 문제 사례로 지목했다. 제조업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계열사로 전이돼 기업은 물론 애꿎은 금융소비자까지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취약업종인 조선업 등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지분을 확대하는 행동을 제한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복안이다. 이밖에 금융계열사 간 출자를 통해 자본을 과다계상하거나 금융회사가 과도한 레버리지를 일으키는 행위도 모두 제한된다. 금융권에서는 금융그룹통합감독 시행 이후 삼성생명에 대한 삼성전자 지분(8.23%) 매각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GE는 대주주 없이 이사회 중심으로 경영되면서 무리한 배당확대 정책 등을 펴다 회사가 망가진 측면도 있다”며 “대주주 중심 경영에도 신속한 의사결정 및 책임 경영 등 장점이 있다는 점을 당국이 고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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