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 출범 1주년을 맞아 경제 부문의 성과로 소득주도 성장을 내걸었다. 지난해 4·4분기 가계 실질소득이 9분기 만에 증가했고 소득분배지표(5분위 배율)가 8분기 만에 개선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최저임금 인상이 적용된 올 1·4분기 1분위(하위 20%) 가구의 소득은 전년 대비 8% 감소했다. 2분위도 4%나 줄었다.
중요한 부분은 근로소득이다. 1·4분기 1분위의 근로소득은 47만2,900원으로 13.3%나 쪼그라들었다. 이는 가계동향조사가 시작된 2013년 이후 가장 나쁜 수치다. 시기별로 보면 △2013년 6.5% △2014년 2% △2015년 11.6% △2016년 -7.4% △2017년 -5.2% 등이다. 최저임금을 16.4%나 높였는데 저소득층의 소득은 거꾸로 감소한 셈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분위의 소득이 크게 줄었다는 것은 일자리 감소에 따라 벌이가 줄어들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서민과 노인층에 직격탄이다. 2012년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의 ‘최저임금의 저임금 근로자의 신규 채용 억제 효과’를 보면 실질 최저임금이 1% 상승하면 하위 5%, 55세 이상 근로자 고용은 10.7% 줄어들어 이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문외솔 서울여대 교수의 ‘최저임금 변화가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임금이 10% 오르면 고용은 0.8% 감소하며 생산성이 낮은 근로자들이 가장 영향을 받는다. 생산성이 낮은 직군의 경우 최저임금이 10% 오르면 8%였던 실업률이 11.2%로, 상승폭이 20%면 16.0%, 30%면 19.85%까지 상승한다. 상승폭이 50%가 되면 실업률은 31.2%로 급등한다. 하지만 생산성이 높은 이들은 급여가 50% 올라도 실업률은 1.96%에서 7.83%로 상승하는 데 그친다.
이날 기재부는 “1분위를 구성하는 70대 이상 가구주 비율이 30% 중반에서 40% 초반으로 늘고 중국의 한국관광 제한 정책 등이 도소매, 숙박·음식점 일용직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기존 연구를 보면 고령층일수록 최저임금의 영향에 취약해 일자리가 줄고 소득이 감소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고용지표가 급격히 나빠졌는데 악화한 것은 대부분 저소득층 고용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판단도 비슷하다. 김주훈 KDI 수석이코노미스트는 23일 기자들과 만나 “혁신과 포용은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며 “소득주도 성장만으로 일자리 문제를 풀지 못한다”고 말했다. 소득주도 성장에 대해서는 “폐쇄경제가 아닌 한 소득이 늘어도 국내 기업 상품·서비스에 대한 구매력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 문재인 정부에서는 일자리와 소득 감소가 함께 오고 있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는 12만3,000명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소득주도 성장의 공식이 현실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소득 증가→수요 확대→경기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이라는 공식이 유효하지 않은 만큼 공급 측면을 늘린 대책을 찾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해 1·4분기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95배로 자료가 있는 2003년 이래 가장 높다. 5분위 배율이 높다는 것은 부의 양극화가 더 커졌다는 뜻이다.
정부 정책을 이끄는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날 최저임금 인상의 속도조절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한 라디오방송 인터뷰에서 “특정 연도를 목표로 삼아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신축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계획에 대해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밝힌 것이다.
김 경제부총리는 최저임금이 고용에 미쳤을 부정적 영향도 돌려 말했다. 그는 “1·4분기까지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에 미친) 영향은 없었다”면서도 “물가가 오르면 물건 수요는 바로 떨어질 수 있지만 근로나 노동은 시차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임진혁·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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