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분식회계 여부를 판단하는 첫 관문인 감리위원회가 세 차례 회의 끝에 마무리됐다. 치열한 논의를 벌였지만 감리위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고 엇갈린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위가 잠정 결론을 냈지만 최종 판단은 증권선물위원회에서 내려지는 만큼 제재 여부와 징계 수위는 감리위의 의견과 달라질 수 있다. 증선위원들은 감리위원들의 의견이 일치되지 않은 만큼 다수의견·소수의견 등을 참고해 결론을 내리게 된다.
특히 분식회계 여부를 놓고 감리위에서 치열하게 공방을 벌였던 금융감독원과 삼성바이오가 대심제를 통해 증선위에서 다시 한번 만나게 되면서 감리위에 이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감리위에 이어 증선위에서까지 대심제가 적용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대심제가 적용된 감리위에서 금감원과 삼성바이오가 치열하게 논쟁을 벌인 것이 아니라 감리위원들을 상대로 서로의 주장을 펼친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심제의 취지가 반감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3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2시부터 열린 3차 감리위에는 감리위원 8명만 참석했다. 감리위원들은 1·2차 감리위에서 분식회계 잠정 결론을 내린 금감원과 제재 대상자인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대심제 등을 통해 치열하게 벌인 공방 등을 근거로 분식회계 여부와 제재 수준을 결정했다. 마지막 감리위인 만큼, 감리위원들은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1일 자정이 지나서야 회의를 마무리했다. 금감원은 대표이사 해임 권고, 대표 및 법인 검찰 고발, 과징금 60억원 부과 등의 제재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리위의 역할이 이날로 마무리되면서 칼자루는 오는 6월7일 열리는 증선위로 넘어갔다. 이례적으로 증선위도 대심제로 진행되면서 증선위원들은 감리위에서 넘어온 자료와 양측의 공방 내용을 바탕으로 최종 결론을 내릴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대심제가 감리위에서 진행됐던 방식으로 이뤄질 경우 삼성바이오와 금감원이 마주 앉아 끝장 토론을 하는 모습은 이번에도 나오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대심제의 취지가 제재 대상자의 방어권 보장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금융당국과 제재 대상자 간 직접 치열한 공방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자칫 양측이 논쟁을 벌일 경우 회의 진행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금융위는 증선위 대심제 진행을 어떤 식으로 할지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증선위에서도 핵심 쟁점은 회계기준 변경의 적절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바이오는 앞서 열린 감리위에서 지배력을 판단할 때 투자자의 의도와 재무적 능력 등 종합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는 수정된 국제회계기준을 들며 회계처리 변경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금감원은 삼성바이오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만을 근거로 회계처리를 변경한 것은 명백한 회계 위반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회계기준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인 양측은 증선위에서도 물러설 수 없는 논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오에피스의 지분 가치도 핵심 쟁점으로 꼽힌다. 삼성바이오는 안진회계법인이 평가한 바이오에피스의 공정가치를 2015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이로 인해 2015년 2,000억원이 넘는 순손실을 낸 기업이 1조9,049억원 규모의 흑자로 전환하게 됐다. 안진은 위험조정 순현재가치(Risk-adjusted NPV, rNPV) 방법으로 에피스의 가치를 산정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평가 방식은 참고용 자료에 쓰일 뿐인데 삼성바이오가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해 에피스의 가치를 부풀렸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바이오는 안진이 에피스의 가치를 산정할 당시에는 국내·유럽 승인이 없었던 만큼 금감원의 논리대로 회계기준을 변경한 2015년 말 평가했으면 에피스의 가치는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증선위에서도 대심제가 적용되면서 증선위도 감리위처럼 여러 차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위 관계자는 “증선위가 두 차례 이상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신속한 처리가 필요한 만큼 금융위는 감리위처럼 임시로 증선위 일정을 잡아 최종 결과 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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