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가 국내 완성차 기업 근로자들 절반의 연봉으로 차량을 생산하는 일자리 사업에 현대자동차가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다. 투자가 결정되면 자동차 업계에 꾸준히 지적되던 고비용 문제를 풀고 약 1만 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게 된다. 하지만 현대차(005380)의 차량을 위탁 생산하는 구조 때문에 생산물량이 줄어드는 노조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시장에서 인기가 없는 차종을 생산하면 이익을 내지 못할 우려도 크다. ★본지 2017년 10월 26일자 1·12면 참조
1일 현대차는 광주시가 사업 주체가 돼 지자체 예산과 시민펀드 등으로 ‘빛그린산단’에 자동차공장을 짓는 프로젝트에 사업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여러 투자자의 일원으로 참여할 계획”이라며 “투자가 (향후) 최종 확정되더라도 경영은 참여하지 않고 위탁생산을 맡기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광주시와 업계에 따르면 사업규모는 약 5,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광주시가 지역 기업들과 예산과 투자금을 조달하고 시민들의 펀드도 모을 계획이다. 현대차도 여기에 일정 지분 비율로 참여한다. 광주시 등은 현대차가 예산의 약 40%인 2,000억원 가량을 투자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투자가 실현되면 광주시는 2020~2021년께 현재 완성차 정규직 근로자들의 평균 임금의 절반인 약 4,000만원으로 현대차의 차량을 위탁 생산하게 된다. 연간 생산규모는 약 10만대로 직·간접고용 효과가 1만2,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광주시는 예측하고 있다. 광주형일자리 사업이 성공하면 지자체와 기업이 힘을 합쳐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좋은 선례가 만들어진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현대차 노조의 반발 우려가 크다. 완성차 근로자 절반의 연봉으로 생산해 이익을 남기려면 ‘가성비’가 중심이 되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 기아차(000270)의 경차 모닝과 레이를 위탁 생산하는 동희오토가 대표적인 모델이다. 하지만 현대차는 대량 생산 모델인 아반떼보다 낮은 가격은 차는 엑센트가 유일하다. 엑센트를 광주시가 추진하는 공장에 위탁 생산을 맡기면 일감이 줄어드는 노조가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광주시는 친환경차를 배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가 수천억 원을 들여 개발한 친환경차를 위탁 생산할지는 미지수다. 최악의 상황은 노조의 반발과 현대차의 내부의 생산 포트폴리오 문제로 시장에서 인기가 낮은 차종을 배정할 경우다. 생산한 차가 국내 시장과 수출 시장에서 팔리지 않으면 일감은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공장은 이익을 낼 수 없다. 앞으로 이 같은 문제를 투고 광주시와 현대차, 노조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이 실제로 이루어지면 높은 연봉에 낮은 생산성 문제로 해외로 나가던 자동차 관련 양질의 일자리가 생길게 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자동차 공장이 이익을 못 내면 좋은 의도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경우기자 bluesquar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