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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삼성·SK·마이크론 담합 조사]'ZTE 제재' 美에 뺨맞은 中, 정부 차원 韓 반도체 견제 노골화

자국 업체 기술자립 위한 우회 지원…계산된 압박

삼성·SK "터무니없는 의혹" 반박 속 위기감 커져





“중국 정부가 자국 통신장비업체 ZTE에 대한 미국의 제재 이후 반도체 기술 자립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해외 업체 견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통상분쟁 속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더 노골화될 것으로 보입니다.”(반도체 업계의 한 임원)

반도체는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다. 물량공세의 중국, 종주국인 미국, 먼저 산업으로 키워낸 일본을 제치고 피라미드의 정점에 서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글로벌 점유율도 D램은 74.7%(지난 연말 기준), 낸드플래시는 49.1%다.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를 넘겼다. 잘 나가는 반도체이지만 위기감도 적지 않다. 바로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의 노골적 견제 때문이다. 최근 중국 당국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을 상대로 메모리 가격 담합 조사에 들어간 것은 메모리 가격 급등을 명분으로 중국 내 수요업체의 불만을 대변한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 기업의 가격 혹은 공급 담합 물증을 확보했다기보다 자국 업체의 기술 자립을 우회 지원하는 차원의 계산된 압박”이라고 진단했다.

중국 현지 매체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가격 담합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난해 매출 기준으로 과징금이 최대 44억달러(4조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담합 시기를 얼마로 잡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2016년께부터 최근으로 시기를 특정할 경우 최대 8조원까지 과징금 규모가 늘어날 전망이다.

일단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담합 의혹을 일축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은 수급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 반도체 업계의 한 실무자는 “고 사양 스마트폰,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증설 등으로 칩 수요는 급증세지만 칩 생산의 난도도 높아져 공급은 별로 늘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도 “돈을 버는 족족 신규 투자로 공급을 늘리고 있는데 담합은 말도 안 된다”며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압박이 도를 넘고 있다”며 경계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난 연말에도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민원에 따라 삼성전자 등에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한 바 있다. 특히 미·중 간 통상분쟁은 우려를 키우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 실제 중국 정부는 자국 업체 ZTE가 미국 정부의 제재로 생존 위기까지 내몰리면서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고삐를 죄고 있다. 실제 시진핑 주석은 ZTE 제재 사태를 맞아 “상황이 긴박하다”며 “천하의 인재를 모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 결과 지난달 발표된 ‘2019년 중앙 국가기관 IT 제품 구매계획 공고’에 국산 반도체 서버가 처음으로 명시됐고, 게임업체 텐센트는 반도체 투자 검토에 나선 상황이다.

업계의 한 임원은 “중국이 올 연말부터 낸드플래시, 내년 초부터는 D램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기술력은 아직 (우리에) 뒤져있다”며 “중국이 이런 식으로 경쟁업체의 발목을 잡으면서 기술 격차 축소에 전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달에는 미국 로펌 하겐스버만이 D램의 공급 담합을 이유로 국내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국뿐 아니라 미국도 견제의 고삐를 죄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기술 자립에 서둘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현재 15% 수준의 반도체 자급률을 2025년 7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여기에 들어가는 재원만 200조다. 대중 수출의 78.9%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 품목임을 감안하면 대책이 시급하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반도체가 흔들리게 되면 우리 경제 전체가 위기로 내몰린다”며 “기술 탈취 시도 등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기자 s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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