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 정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려면 곧바로 R&D 사업을 지원하는 기존의 방식 대신 기술의 타당성을 사전에 확인하는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R&D 지원에서 부처간 협력을 주도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김기웅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10일 발표한 ‘美 중소기업 기술혁신(SBIR) 프로그램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중소기업청(SBA)의 ‘중소기업 기술혁신지원(SBIR)’ 사례를 들어 단계적인 R&D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금을 △6개월 동안 기술적 가치와 타당성을 탐색하는 1단계 △1단계 이후 2년 동안 연구를 본격적으로 지원하는 2단계 △2단계의 연구결과를 시장에 도입하는 3단계로 나눠 체계적으로 지원하는 데에 주목했다.
SBIR은 1970년대 미국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악화를 해결하고 기술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이끌어내기 위해선 중소기업의 R&D 역량이 중요하다는 인식에서 1977년부터 시작된 정책 프로그램이다. 아이로봇(iRobot)과 메이드인스페이스(Made in Space) 등 유수 스타트업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본격적인 R&D 수행에 앞서 아이디어나 기술의 타당성을 확인하는 단계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행 중인 중소기업 R&D 지원사업에선 SBIR의 1단계 같은 기술 탐색 단계를 따로 두지 않고 곧바로 R&D를 수행하고 있다. 중기부에서 ‘중소기업 R&D 기획지원사업’을 통해 과제 기획을 지원하고 있으나 올해 배정된 예산이 57억원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 또한 이 사업은 R&D 역량이 부족한 기업을 돕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과제를 위해 별도의 탐색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신규 신청기업 비율이나 제안서 제출 마감 일자와 협약 시작 일자 사이의 평균소요기간 관련 지표를 설정·관리하는 등 중기부가 범부처 R&D 지원사업에서 전반적인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300억원 이상의 R&D 예산을 운용하는 부처·공공기관에 일정 비율 이상의 재원을 중소기업에 의무적으로 지원케 하는‘ KOSBIR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중기부는 여기에서 의무지원 비율을 결정하고 국무회의에 보고하는 역할에만 그치고 있다.
아울로 김 위원은 정부의 중소기업 R&D 지원이 예산투입에 비해 성과는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중소기업 R&D에 지원하는 예산은 2016년 기준 2조8,973억원으로 2014년 2조4,150억원에 비해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2017년엔 중소기업 중 혁신기업 비중이 19.7%에 그쳐 OECD 35개국 중 22위에 불과했다. 5인 이상 중소제조업체 중 R&D를 수행하는 기업은 2015년 기준 전체의 33.6%로 절반을 밑돌았다. /심우일기자 vit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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