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열린 북미 ‘세기의 회담’에 대해 증시는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북미 정상회담 이후로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굵직한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는 탓이다. 다만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 중에서도 당장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은 급등세를, 그렇지 못한 종목은 차익실현 매물로 인해 급락세를 보이는 등 일부 출렁임이 감지됐다. 일각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번 회담이 한국 증시의 발목을 붙잡아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본격적으로 해소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큰 변동 없는 움직임을 보인 끝에 전일보다 0.05% 떨어진 2,468.83에 거래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 회담이 진행된 오전10시~11시 사이 2,479.56까지 상승하며 2,480선을 노크했지만 외국인 투자가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하락 마감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가들이 1,222억원 규모로 순매수했지만 외국인투자가들은 1,267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코스닥지수도 0.17% 하락한 875.04에 장을 마쳤다.
시장에서는 이번주에 예정된 대형 이벤트로 인해 당장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관망 심리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2·13일(현지시간)에는 미국 FOMC, 14일에는 유럽중앙은행(ECB) 회의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글로벌 증시 역시 최근 보합세를 나타내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기대감이 반영됐음에도 다우지수가 0.0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0.11% 오르는 데 그쳤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에 대체로 동의하면서도 이후 공개될 회의록의 내용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대체로 증시가 차분한 반응을 나타낸 가운데 남북 경협주 일부는 여전히 출렁였다. 철도·시멘트·사료 등 남북 경제협력 과정에서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됐던 업종 중 현대사료(전일 대비 -10.32%), 성신양회(-9.86%) 등이 급락세를 보였다. 그동안 기대감에 주식을 사들였던 투자자들이 차익 매물을 쏟아낸 탓으로 분석된다.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북한과 인접한 경기도 파주에 15만평의 토지를 보유한 HDC는 이날 거래가 재개됐으나 기대와 달리 4.78%나 하락했다.
반면 지뢰 제거 관련주인 퍼스텍(010820)·웰크론(065950)과 비료 업체인 조비(001550)·경농(002100) 등은 52주 최고가를 경신하는 등 급등세를 나타냈다. 원전 폐기 관련주인 오르비텍(046120)(8.4%)도 강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북미 정상회담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염동찬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 이후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지정학적 우려가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며 “정보기술(IT) 업종 쏠림 현상, 주주환원 정책 제고 등이 수반돼야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는 시간 문제일 뿐이며 이번 회담은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국내 주식비중 확대를 권한다”고 밝혔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한국 증시의 12개월 예상 주가수익비율(PER)은 8.6배에 불과해 인도(17.9배), 미국(16.7배), 대만(15.2배), 영국(13.9배), 일본(13.5배), 중국(12.6배) 등보다 현저히 낮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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