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연구진이 위암 환자에게 폭 넓게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표적과 치료 물질을 찾아냈다.
새 표적은 위암 세포 성장과 종양 형성 억제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세포핵 내 ‘에스트로겐 관련 수용체 감마(ESRR-감마)’, 위암 표적치료 물질은 글로벌 제약사 GSK의 연구용 화합물 DY131이다.
울산대 서울아산병원 박윤용 융합의학과·명승재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이런 연구성과를 담은 논문을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발표했다.
박 교수팀은 3개 위암 환자 코호트에 공통적인 유전자 발현 패턴, 위암 환자와 정상인의 위 조직에서 발현양의 차이가 큰 유전자 데이터, 위암 세포주 및 위암 환자의 종양을 이식한 누드 생쥐에 대한 DY131 등 투여 실험을 진행했다.
박 교수는 14일 기자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위암 조직에서는 ESRR-감마의 발현양이 정상 세포의 15분의1에 그칠 정도로 활성이 위축돼 암이 생기고 암세포의 성장속도도 빨라졌다”며 “반면 ESRR-감마 활성화제(agonist)인 DY131를 위암 환자의 종양을 이식한 누드 생쥐에 투여했더니 종양의 크기와 무게가 상당히 작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ESRR-감마가 위암에서 잠재력 있는 종양억제 인자이고 DY131 같은 ESRR-감마 활성화제가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 효과적인 위암 표적항암제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 DY131은 ESRR-감마를 활성화해 암세포 분화·성장에 영향을 미치는 윈트 신호전달(Wnt-Signaling) 관련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했다. DY131이 윈트 신호전달을 억제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구체적인 작용 메커니즘을 밝혀낸 것은 박 교수팀이 처음이다. DY131은 다른 윈트 억제제(XAV-939, ICG-001, Wnt C59)보다 위암 세포에서 더 많은 효능을 나타냈다.
또 ESRR-감마의 발현양이 정상적인, 다시 말해 ESRR-감마가 활성화돼 있는 위암 환자는 전체 생존율(OS)과 무재발 생존율(RFS)이 유의하게 높았다. 반대로 ESRR-감마의 활성이 위축된 환자는 임상 결과도 좋지 않았다. 암 억제 수용체·유전자의 활성이 떨어져 암세포의 분화·성장이 빨라진 때문이다.
위암은 생물학적 복잡성 등 때문에 표적항암제 개발이 늦은 편이다. 당초 유방암 치료제로 개발된 트라스투주맙 성분의 허셉틴(로슈)·허쥬마(셀트리온)·삼페넷(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이 위암 환자의 5~10%인 HER2(인간상피세포증식인자수용체 2형) 양성 전이성 위암 표적치료제로도 쓰이고 있지만 이들 중 일부에만 들을 뿐이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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