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투자에 고액자산가들의 돈이 몰리며 공모펀드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사모펀드는 비교적 높은 금액을 투자해야 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로 빠르게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코스닥 벤처펀드, 사모재간접펀드 등의 인가로 사모펀드 시장은 더욱 활성화 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는 최대 49명 투자자에게 모은 자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자본시장법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상 1인당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이상이다. 제한된 사람들에게 권유하고 상대적으로 큰 투자금을 받아 공모 상품과 달리 자유롭게 운용하며 절대 수익을 추구한다. 주로 고액자산가나 기관이 투자를 한다. 지난 2015년 금융당국은 사모펀드 자기자본요건을 60억원에서 20억원으로 하향했다. 지난해에는 전문사모운용사의 최소 자본금 요건을 10억원으로 완화했고, 이에 따라 2015년 20개였던 사모펀드 전용 운용사는 최근 130개를 훌쩍 넘겼다. 당시 5억원이었던 최소 가입금액도 1억원으로 내려가며 자산가들의 진입 장벽이 더욱 낮아졌다.
자산운용사들은 비교적 규제가 적고 자유로운 사모펀드를 선호하는 추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184조원이었던 공모펀드는 지난 11일 기준 285조원까지 늘었다. 같은 기간 사모펀드는 144조원에서 309조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공모펀드의 경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81조에 따라 각 집합투자기구 자산총액의 10% 비율을 초과해 동일종목의 증권에 투자할 수 없다. 증권 뿐 아니라 채권 역시 10% 이상 투자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증시의 변동성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반면 사모펀드는 규제가 없기 때문에 증시 변동성에 민감하게 대응을 할 수 있다. 한동안 붐을 일으켰던 부동산 펀드의 경우에도 공모펀드는 원금보장 등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제약 등이 뒤따른다. 하지만 사모펀드는 비교적 자유로운 터라 부동산 펀드 시장에서는 부동산 사모펀드가 고액자산가들의 재테크수단으로 일찌감치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사모펀드의 규제가 비교적 느슨하다 보니 운용사 별 성과도 두드러졌다. 업계 3위인 타임포트폴리오운용가 운용하는 ‘타임사모펀드’는 2003년 설정 이후 지난 14년 동안 단 한 번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지 않았다. 타임운용은 지난해 300억원의 순이익을 나타냈다. 종합 대형사 포함 전체 운용사 중에서는 5위권에 랭크됐다. 트리니티자산운용은 IT주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덕분에 지난해 기준 펀드 수익률이 100%를 상회했다. 트리니티는 한 해 동안 74억원을 벌었다. 헤이스팅스자산운용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유망 종목을 발굴해 투자함으로써 펀드를 설정한 지 두 달 반만에 98%에 이르는 성과를 냈다. 또한 제이앤제이, 타이거, 디에스, 플랫폼파트너스 등이 코스피 수익률 2배를 넘어서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반면 인벡스 포스랩 1호펀드, 토러스대체투자 1·2호펀드는 큰 폭의 손실을 보였다. 특히 토러스대체투자 1·2호의 경우 운용을 맡았던 펀드 매니저가 이직하며 투자자들이 고스란히 손실을 떠안게 되는 일도 벌어졌다 .
사모펀드로 자리매김한 운용사들은 종합자산운용사 전환을 하는 일도 늘어나고 있다. 사모 전문 운용사 중 규모가 가장 큰 라임운용은 지난 5월 공모펀드 운용사로 전환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쿼드운용, 타임포트폴리오운용도 퇴직연금과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 시장을 타깃으로 삼고 종합자산운용사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5월 금융당국이 최소 가입금액 500만원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재간접 공모펀드를 인가하며 사모펀드 시장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사모재간접펀드는 고액자산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사모펀드에 대해 개인투자자의 접근성을 늘린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공사모 시장의 가교 역할을 통해 공모펀드의 시장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규모가 커진 헤지펀드시장에서 운용사는 사모재간접펀드로 다양한 상품과 전략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개인투자자들 역시 최소 500만원으로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만큼 매력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사모재간접펀드는 올해 초 조정장에서도 성과를 내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호로 설립된 ‘미래에셋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펀드’는 한국형 헤지펀드에 80~90%를 투자한다. 에쿼티 헤지, 이벤트 드리븐, 채권 아비트리지, 멀티전략 등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를 선정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다. 이 상품은 코스피가 급격하게 하락한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에도 안정적인 수익을 내며 조정세를 피해갔다. 특히 변동성을 4% 대로 관리하며 안정적인 운용 결과를 보이고 있다. 채권형 헤지펀드가 2%, 롱숏 헤지펀드가 4% 정도의 변동성을 나타낸다는 점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삼성자산운용, 신한BNPP자산운용도 관련 상품을 출시했고, KB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도 사모재간접펀드를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 사모전문운용사 진입요건을 최소자본금 20억원에서 10억원으로 대폭 완화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시장은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면서도 “사모재간접 펀드의 경우 투자자 일부가 환매를 요청할 경우 헤지펀드 성과보수에 따라 기존 투자자에게 부담이 전가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사모펀드의 시장 활성화를 위해 자율성과 역동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신규 진입은 지속해서 허용하고, 부실 자산운용사는 신속하게 퇴출하기로 밝힌 바 있다.
/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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