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강남 논현동 건설협회에서 열린 ‘건설의 날’ 행사에 모인 건설업계 CEO들은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시행에 6개월간 계도 기간을 두기로 한 데 대해 안도를 표하면서도 향후 시행방안에 대해 우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특히 중소 건설업체와 해외공사가 많은 대형사 CEO들의 걱정이 컸다. 대형사들은 이미 상당수가 52시간 근무 시범 도입 등을 통해 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해외 건설현장은 자체 노력만으로 문제 해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사장은 “해외 현장에서 발주처나 협력사들은 60시간씩 일하는데 우리만 52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이다 보니 어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 공사 단가 인상이 불가피해 해외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많았다. 대형 건설사 해외 입찰 담당 임원은 “최대한 국내 직원의 해외 파견을 줄이려 하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다”며 “특히 도급사업은 입찰가가 낙찰에 결정적인 요인인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인상이 불가피해 수주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이라고 말했다.
중견 건설사 CEO들은 현재로선 마땅한 대책도 세우기 힘든 형편이라고 토로했다. 이날 참석한 한 중견건설사 P대표는 “직원이 40여명이어서 아직 제도 적용은 받지 않고 있지만 대형사 하청을 받다 보니 근로시간을 맞출 수 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근로시간이 단축돼 공기를 맞추기 힘든 데다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 주택전문 중견 건설사 CEO는 “근로시간 단축으로 우리와 같은 시공사뿐 아니라 자재회사들의 인건비도 올라 자재비 인상도 불가피하다”며 “아파트 공사비가 10~15% 올라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공사비 비중이 높은 서민 아파트 가격의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계도기간 동안 건설업 현실에 맞게 제도 보완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외현장은 예외를 적용하고, 국내도 탄력근무제 기간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중견사 CEO는 “이왕 제도가 시행됐으니 연착륙할 수 있도록 충분한 유예기간을 줘야 한다”며 “6개월로는 부족하고 1년 정도는 줘야 갑작스런 변화에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탄력근무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1년으로 늘리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해외 현장은 진출국의 근로기준 시간을 적용하도록 특례규정을 만들어 달라는 게 건설사들의 일관된 요구”라며 “직원 입장에서도 해외근무 기간에 집중적으로 일해서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을 오히려 선호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축사를 통해 “ 낡은 관행에 갇혀서는 건설산업이 국민과 세계의 달라진 세계 눈높이를 충족할 수 없다”면서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R&D 투자로 기술 혁신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는 오는 28일 건설산업혁신방안을 발표한다. /이혜진·한동훈·이재명기자 has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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