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지주사 전환 선언 후 처음으로 해외 금융회사 인수에 성공했다. 글로벌 부문에서 잔뼈가 굵은 손태승(사진) 우리은행장이 취임과 함께 밝힌 글로벌 지점 500개 달성 목표도 조만간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4일 우리은행은 캄보디아 현지 금융사인 ‘비전펀드캄보디아’를 인수해 사명을 ‘WB파이낸스’로 변경했다고 밝혔다. WB파이낸스는 총 자산 2,200억원으로 전국 106개 지점에서 1,400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중견 금융회사다. 우리나라로 치면 저축은행에 해당하는데 캄보디아 현지에서는 전국망을 보유할 정도로 소매금융에 강점이 있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2014년 캄보디아 여신전문사를 인수해 ‘우리파이낸스캄보디아’를 출범시켰고 장기적으로 양사를 합병해 은행으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캄보디아 시장에서 합병 회사를 1등 은행으로 키워내는 게 최종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손 행장 취임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잇단 인수합병(M&A)에 성공했다. 손 행장은 2014년부터 글로벌 사업을 진두지휘하면서 당시 18개국, 73개였던 글로벌 네트워크를 이번 WB파이낸스 인수로 25개국, 410개까지 확대했다. 이는 해외 지점 수로는 우리은행이 글로벌 20위권에 위치하는 수치다.
손 행장은 “올해 글로벌 500개 네트워크를 확보하고 한국의 부동산담보대출과 신용대출·신용카드 등을 현지화해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올 해외 자산과 영업이익 목표는 각각 249억달러(약 27조3,900억원), 5억800만달러(약 5,588억원)로 잡았다. 단순한 외형 확대가 아닌 수익을 내는 조직으로 해외 사업의 내실을 강화하는 게 손 행장의 목표다.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이 내년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M&A ‘큰손’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권·자산운용·카드사 등이 주요 타깃으로 거론된다. 지주전환에 다른 출자전환 레버리지를 감안하면 우리은행은 최소 7조~8조원의 M&A 실탄 마련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금융지주로 전환하면 제조업 금융계열사에 대한 재편과 맞물려 만약 삼성 금융계열사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이를 인수할 유력한 후보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서일범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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