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를 맞아 신탁시장이 뜨고 있다. 금융 자산관리뿐 아니라 은퇴 이후 증여·상속 문제까지도 신탁으로 해결하는 경향이 빠르게 자리잡는 추세다. 특히 최소 10만원 이상부터 가입 가능한 상품이 많아지면서 본격적인 대중화가 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신탁이 부유층의 전유물로 인식되지 않는 것이다.
24일 우리은행의 주가연계신탁(ELT)연령별 가입현황에 따르면 건수 기준으로 50대가 29.6%(3만1,938건)로 가장 많고 다음으로 60대 22.9%(2만4,662건), 40대 19.0%(2만444건) 순이다. 눈에 띄는 건 10대 0.4%(458건)와 90대 0.1%(133건)까지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는 점이다.
신탁은 고객이 맡긴 자금을 금융사가 일정 기간 운용하고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은행은 고객이 맡긴 금액에서 연 0.1~1% 가량의 수수료를 얻는다. 신탁 분야를 비이자 수익을 늘리기 위한 블루오션으로 여기면서 시장 확대와 함께 은행간 주도권 경쟁도 치열해졌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등 4대 은행의 지난 5월말 기준 수탁고는 230조원로 올 들어 5개월 만에 30조원이나 증가했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자장사를 한다는 비판을 받지 않고 수수료 수익을 늘릴 수 있어 적극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저금리 기조 속 예금이자보다 높은 수익을 주는 ELT나 퇴직연금신탁이 견인차 역할을 했지만 펫(Pet)신탁, 유언신탁, 성년후견신탁, 치매안심신탁 등 자신이 처한 상황에 맞도록 상품 구성도 다양해졌다. 예를 들어 현금 재산을 은행에 신탁 후 일반 통장으로 사용하다가 위탁자가 사망하면 신탁 잔액을 계약서상에 명시해 놓은 공익단체, 학교, 종교단체에 기부한다거나, 주인이 사망했을 때 반려동물의 새 주인에게 양육자금을 주는 식이다. 반려동물 타깃 상품의 경우 적립식의 경우 월 1만원 이상이면 가입이 가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100세 시대로 접어들면서 고객들의 자산관리 수요가 커지고, 믿을 수 있는 은행이 직접 관리해준다는 점에서 찾는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면서 “선진국에서는 신탁업이 사회안전망 역할을 수행할 정도”라고 말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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