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대형 증권사의 공고한 독주 체제가 깨졌다. 대신증권이 지난해에 비해 열 계단 상승하며 선두에 올라 약진한 반면 미래에셋대우·삼성증권 등은 상반기 1건만 주관하며 저조한 성적을 나타냈다.
25일 블룸버그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자본시장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2,346억원(5건) 규모의 IPO를 주관해 시장 점유율 28.8%로 1위에 올랐다. 대신증권은 올해 1·4분기 IPO 유일한 상장 기업인 애경산업을 주관하면서 효과를 누렸다. 애경산업은 국내에서 상반기 가장 큰 규모의 IPO로 현재 상장 이후 주가가 공모가(2만9,100원)의 3배를 넘어서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신증권은 애경산업 외에도 정밀기계전문제조사 에코마이스터, 아스콘 업체 SG, 기능성농업 기업 아시아종묘 등을 상장했다. 대신증권은 이들을 포함해 올해 14곳가량의 IPO를 성사시킬 계획이다. 총 1,219억원(5건) 규모의 IPO를 주관한 한국투자증권은 2·4분기 기준으로 세종메디칼·제노레이·한국제7호기업인수목적 등 3개사의 IPO를 주관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2위 자리를 지켰으나 지난해 1위인 NH투자증권은 3위로 밀려났다.
올해 상반기 국내 IPO 시장 규모는 총 8,146억원(25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2% 감소했다. 특히 2·4분기 IPO 규모는 2,2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거래총액이 94.9%로 크게 줄었다. 블룸버그 측은 “2·4분기 IPO 규모는 2014년 이후 같은 분기 성적으로는 최저 규모”라고 설명했다. 다만 공모가 대비 수익률은 48.34%를 기록해 과거 2·4분기의 수익률(2016년 -2.41%, 2017년 5.94%)에 비하면 높은 성적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채권발행(DCM) 부문은 KB증권이 큰 이변 없이 전년에 이어 1위 자리를 지켰다. KB증권은 올해 상반기 LG화학 51회(1조원), 현대제철 123회(6,000억원), 롯데쇼핑 77회(5,700억원), 미래에셋대우 47회(5,000억원) 등을 포함해 총 6조1,238억원(111건)의 채권 발행을 주관했다. LG화학 51회와 현대제철 123회는 각각 올해 상반기 최대 발행 기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4조4,101억원(81건)을 조달해 2위를 차지했으며 NH투자증권이 뒤를 이었다.
올해 상반기 원화 표시 공모 회사채 발행은 총 25조520억원(228건)으로 총 21조7,670억원(204건)이 발행된 전년 동기 대비 약 15.1% 상승했다. 만기별로는 3년채가 43.4%, 5년채가 25%를 차지했다.
인수합병(M&A)이나 부동산 개발 사업 등 대규모 프로젝트에 금융기관이 공동대출하는 신디케이트론 분야에서는 은행지주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올해 상반기 신디케이트론은 총 66건, 20조4,444억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15.7% 올랐다.
부동의 1위인 KB금융지주가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수성했다. KB지주는 올해 가장 큰 규모인 4조7,500억원의 강릉 석탄화력발전소 조달에 단독으로 참여하는 등 총 7조4,478억원을 주관했다.
주목받는 곳은 신한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다. 신한지주는 2조9,878억원을 주관해 지난해 7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고 1조7,126억원을 주관한 우리은행은 13위에서 10계단 상승했다. 3위까지 올라 증권사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던 미래에셋대우는 5위로 처졌다.
지난해 초대형 투자은행(IB)출범으로 증권사의 덩치가 커졌고 인수금융을 포함한 신디케이트론 시장에도 적극 나서면서 증권이 은행 먹거리를 위협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까지 나왔지만 다시 은행 우위 시장으로 돌아선 셈이다.
/서지혜기자 wis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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