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운트곡스 Mt. Gox의 역사를 바꾸는 순간은 소리 없이 다가왔다. 얼마 전까지 세계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의 CEO였던 마크 카펠레스 Mark Karpel?s는 도쿄 시내 전망이 내려다보이는 으리으리한 그의 펜트하우스에 (반려동물 얼룩 고양이를 제외하곤) 홀로 남아 있었다. 때는 2014년 3월 7일 저녁이었다. 카펠레스는 그 주 내내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그가 4억 7,300만 달러 가치를 가진 비트코인 85만개-당시 존재하는 모든 비트코인의 7%에 해당됐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사라졌다고 발표하고 파산 신청을 한 이후였다. 그러자 항의하는 사람들과 언론사 카메라맨들이 마운트곡스 사무실 앞으로 모여 들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평소 침착한 성격의 이 프랑스인도 자신의 뜻과 상관없이 가택연금 상태에 들어가게 됐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던 버터 맛 빵으로 근근이 끼니를 때우며, 전 세계 인터넷에서 홍수처럼 몰려드는 ‘증오 메일’-대부분은 그가 그 돈을 훔쳤다고 비난하는 내용이었다-을 읽고 있었다. 오늘날까지 마운트곡스 해킹 사건은 비트코인의 짧은 역사 속에서 최악의 재앙으로 남아있다.
그의 변호사들이 퇴근한 뒤, 카펠레스는 자신의 컴퓨터로 향했다. 그때 그는 컴퓨터 화면에서 깜짝 놀랄만한 숫자를 발견했다. 그는 파산 후 며칠 동안 마운트곡스의 기존 디지털 지갑-비트코인 접근에 필요한 글자와 숫자가 섞인 비밀 암호키가 저장돼 있었다-을 체계적으로 다시 확인해나갔다. 하나씩 확인해 보니, 12개 지갑이 모두 텅텅 비어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블록체인 검색 프로그램을 이용해 6시간 동안 검색을 했다. 그러자 예상치 못한 결과가 조용히 나타났다. 그가 20만개의 비트코인을 찾아낸 것이었다. 그것들은 클라우드에 보관된 파일에 숨어 있었다. 3년 동안 잊혀진 상태로 보존돼 있었다.
포춘과 가진 일련의 인터뷰에서, 카펠레스는 마운트곡스의 마지막 날 실제 일어났다고 주장하는 것을 처음으로 모두 공개했다. 거기엔 어떻게 그가 20만개 비트코인을 우연히 찾았는지에 관한 내용도 들어있었다.
그 ’깜짝 발견‘은 현재까지 마운트곡스 고객들이 돈을 되찾을 수 있다는 유일한 희망의 끈이 되고 있다. 사라진 나머지 65만개 비트코인은 도난당한 것으로 입증됐다. 현재 다양한 해커들의 소행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카펠레스는 암호화폐 세계에서 가장 악명 높은 인물 중 한 명으로 남아 있다. 그의 무죄를 대부분 밝혀 줄 새로운 증거가 나타났지만, 그의 법적인 운명은 여전히 불확실한 상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카펠레스는 현재 20만 개의 비트코인 회수를 행운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사실상 그 (회수된) 비트코인이 논쟁거리가 되면서, 차라리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카펠레스(32)는 “당시 나는 비트코인을 찾는 것이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거의 7년간 살았지만, 그의 프랑스 억양은 여전히 강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비트코인의 발견이 우리가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는 큰 빌미가 됐다.”
많은 사람들에게 그 뒤늦은 발견은 믿기 어려운 좋은 뉴스처럼 보였다. 그 일로 인해 침착한 성격의 프로그래머에서 업계 거물로 변신했던 카펠레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는 단지 사면초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비자금(비트코인 20만개)을 토해낸 것일까?’ 그것은 그를 더욱 의심하게 되는 이유가 됐다: 유출된 거래 기록에 따르면, 마운트곡스 내부 어카운트-‘윌리 봇 Willy bot’/*역주: 매수만 하도록 짜여진 자동 컴퓨터 소프트웨어/로 널리 알려져있다-로밖에 볼 수 없는 시스템이 인위적으로 잔고를 부풀려 그 돈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했던 것이다. 가령 마운트곡스가 해킹을 당해 비트코인이 부족해지면, 윌리가 그 부족분을 채우는데 일조했다. 때때로 그 거래는 반대로 실행되기도 했다./*역주: 원래 윌리 봇은 매수만 하도록 되어 있는데, 2014년 파산을 앞두고 갑자기 비트코인을 매도하기 시작했다./ ‘빌린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을 창출한 셈이었다. 비평가들은 그것이 마운트곡스의 파산을 막기 위해 감행된 실패로 끝난 사기 행위라고 추정하고 있다.
윌리 봇의 의심스러운 거래 행위 때문에, 카펠레스는 ’계좌 데이터 변조‘ 혐의로 2015년 8월 체포됐다. 그는 지난 여름 법정에서 소위 ’의무 매매(Obligation Exchange)‘/*역주: 마운트곡스 내부에서 사용된 윌리를 뜻하는 표현. 고객의 BTC를 시장 가치로 교환하는 것을 의미한다/를 시행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어떤 불법 행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1년간 수감생활을 한 그는 현재 도쿄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횡령과 배임 등의 혐의로 형사 고발을 당했지만, 모든 혐의는 사라진 비트코인과 관련이 없다.
그러나 최근 카펠레스를 가장 불안하게 만든 예상치 못한 반전이 일어났다. 마운트곡스가 문을 닫은 시점과 2014년 4월 청산절차에 돌입한 시점 사이, 비트코인 가격이 20% 이상 하락해 483달러까지 추락했다. 그리고 비트코인 가격이 이전 고점을 회복하는 데는 2년 반이 걸렸다. 시간이 오래 걸리다 보니, 많은 마운트곡스 피해자들은 그들의 ’소액‘에 대한 청구 요구를 굳이 하지 않았다. 그런데 작년 초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이전 기록을 경신했다. 작년 5월 말, 비트코인은 거의 2,200달러에 거래되고 있었다. 마운트곡스의 남아있는 비트코인-정확히 20만 2,185개다-의 가치가 고객들의 돈을 갚고도 남을 정도로 많아진 것이었다. 급기야 비트코인 가격이 작년 12월 2만 달러까지 급등하자, 마운트곡스의 자산(비트코인 캐시처럼 비트코인에서 하드포크로 파생한 화폐 등을 포함한다) 가치가 44억 달러까지 불어났다. 회사가 처음 밝힌 분실 금액의 거의 10배나 됐다. 재판 때문에 도쿄에서 1년을 보낸 변호사 겸 마운트곡스의 채권자 대니얼 켈먼 Daniel Kelman은 “회사가 파산을 했다. 그런데 그 회사가 소유한 유일한 자산이 5,000%나 폭등했다. 매우 전례 없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독방 수감 생활 수 개월 동안 일본 파산법을 연구한 카펠레스는 작은 문제를 하나 발견했다: 그 파산법 하에선, 대부분의 초과 상승 분이 마운트곡스 주주들에게 돌아간다는 사실이었다(그는 회사 지분 88%를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시세로 보면, 그 ’횡재‘는 그를 억만장자로 만들어줄 돈이었다. 또한 그것은 소송과 위협이라는 끝없는 악몽을 의미했다. 그러나 그건 개인파산 중인 카펠레스가 정말로 피하고 싶은 상황이었다. 지금 그는 그 돈을 받게 된다면, 기꺼이 돌려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정 세율 60%는 그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
지난 3월 도쿄에서 필자를 만난 카펠레스는 “결코 조금도 챙길 생각이 없었다”며 “그것이 그 어떤 것보다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우리는 일본식 카페 2층에 있는 좁은 회의실에서 만났다. 카펠레스는 그곳이 자신이 지낸 감방 크기와 엇비슷하다고 말했다. 감옥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했던 그는 메모장의 세로 부분으로 감방 크기를 재면서 시간을 보냈다(석방 후 카펠레스는 친구들에게 수감생활 동안 약 32kg를 감량한 사실을 보여주는 차트를 보내기도 했다)./*역주: 카펠레스는 1년간 수감생활을 한 후 보석으로 풀려나 재판을 받고 있다./ 그에게 그날은 벚꽃이 만개한 도쿄의 봄을 느낀 첫날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 카페를 은신처로 삼고 있었다. 그 곳이 여러 변호사들, 파산관리인(그는 과거 고객들에 대한 ’의무감‘ 때문에 파산관리인을 정기적으로 만난다)의 사무실로부터 대략 비슷한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너무 바빠 오늘 아침엔 면도할 시간도 없었다”고 말했다.
카펠레스는 2011년 창업자 제드 맥케일럽 Jed McCaleb으로부터 마운트곡스-’마법(Magic)의 M, 모임(The Gathering)의 G, 온라인(Online)의 O, 거래소(eXchange) X의 약자이다-의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직원들은 어떤 일에서든 그가 당황하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고 기억한다: 그는 진동 안마의자에 앉아 미팅을 하고, 구입한 사무용 3D프린터로 머리 빗을 만들었다. 그는 질문에 대해 한결같이 “괜찮을 거야”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마운트곡스 근무 시절과 달리, 그는 최근 종종 기분 나쁜 농담을 하곤 한다. 카펠레스는 “오늘 내가 비트코인을 사고 싶어도, 내 돈을 받아줄 거래소가 없을 것”이라며 웃었다. 또한 몇 개월간 전혀 살해 위협을 받지 않았다며, “그건 신기록”이라고도 말했다. 하지만 2014년 2월의 잠 못 드는 밤들을 회상하자, 그는 갑자기 진지해졌다. 그는 “그때 마운트곡스의 모든 비트코인이 사라진 사실을 처음 발견했다”며 “그건 누군가가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 상황을 더 잘 처리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확신이 없었다. 그는 “오늘 알고 있는 것을 당시에도 알았더라면, 당연히 다른 방식으로 일을 처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때 갖고 있던 정보와 상황을 고려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다소 부자연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카펠레스가 무엇을 언제 알았는지에 관한 의문이 누가 그 비트코인을 훔쳤는지 보다 더 큰 미스터리로 남아있다. 비트코인의 공공원장인 블록체인은 누구나 거래 경로를 추적할 수 있다. 따라서 마운트곡스의 비트코인이 흘러 들어간 전자 지갑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그 동일한 블록체인 분석이 또한 ‘불편한 진실’도 보여준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2013년 중순, 마운트곡스가 이미 모든 비트코인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그건 분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하기 8개월 전의 일이었다.
분석에 따르면, 파산 시점은 윌리 봇의 풀가동 시점과 일치했다-카펠레스의 진정한 의도를 엿볼 수 있는 힌트다. 채인널리시스 Chainalysis CEO 마이클 그로내어 Michael Gronager는 “나는 ‘모든 돈이 사라졌다’는 그의 발표에 충분히 의문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비트코인 20만 개를 갖고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믿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파산 전에 그 코인들을 찾았다면, 그는 결코 파산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히려 카펠레스는 회사 손실을 메우는데 그 코인들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운트곡스 파산관리인은 비트코인의 행방을 조사하기 위해 그의 회사를 고용했다.
2014년 마운트곡스가 비트코인 출금을 전격 동결하자, 콜린 버지스 Kolin Burges라는 고객이 런던에서 도쿄로 날아왔다. 그는 회사가 파산을 선언할 때까지 2주 넘게, 거래소 본사 밖에서 ’마운트곡스! 우리의 돈은 어디에 있나?‘라는 피켓을 들고 철야시위를 벌였다. 그러자 곧 다른 시위자들이 동참했다. 전 세계 마운트곡스 고객들의 좌절감을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마운트곡스에서 비트코인을 보유했던 킴 닐슨 Kim Nilsson 역시 화가 났지만, 눈을 맞아가며 시위를 벌이는 것은 그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스웨덴 출신의 평범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염소 수염과 조용한 목소리를 가진 그는 블록체인 기술 관련 일을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최고난도 소프트웨어 버그 분석에 일가견이 있었다. 그는 여가 시간을 이용해 수퍼 마리오 브라더스 2 Super Mario Bros 2 게임의 모든 레벨을 오후 한나절만에 정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마운트곡스에 대해서도 그런 식으로 접근했다: “당시 마운트곡스는 기본적으로 세계 최대의 퍼즐이었다. 그것만 풀면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였다.”
그는 다른 마운트곡스 고객들과 힘을 합쳤다. 그리고 오로지 이번 사건을 풀기 위해, 위즈섹WizSec이라는 블록체인 보안회사를 설립했다. 하지만 회사가 빠르게 해체되면서, 닐슨은 비밀리에 그 사건에 매달리게 됐다. 스스로 블록체인 분석을 익히며, 마운트곡스에서 사라진 돈의 행방을 힘겹게 추적했다. 그는 절도 사건과 관련해 카펠레스의 역할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그 CEO도 자신만큼이나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한다는 걸 깨달았다. 카펠레스가 친구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위즈섹 팀은 그에게 고향 프랑스의 유명한 애플 파이 키슈 Quiche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를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래서 그의 아파트로 초대를 받게 됐다. 그리고 곧 카펠레스는 사건 해결에 도움을 주기 위해 닐슨에게 마운트곡스의 내부 데이터를 제공했다. 그때 그는 위즈섹 팀에게 “내가 그 돈을 훔쳤다면 차라리 좋겠다. 그랬다면 그냥 돌려주기만 하면 됐을 것”이고 토로했다.
닐슨은 그 후 4년 가운데 꼬박 1년 6개월간을 마운트곡스 해커 추적에 투자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그 일에 대한 보상을 받지도 않았다. 마운트곡스에 비트코인 12.7개를 가진 소액 채권자들 중 한 명에 불과했다. 위즈섹 설립을 도왔지만 초창기 회사를 떠나 그 조사에 관여하지 않았던 J. 모리스 J. Maurice에게, 닐슨의 노력은 비트코인의 장점을 잘 보여주는 전형이었다(탈중앙화 시스템으로서 정부 통제로부터 자유로울 뿐만 아니라 개인 유저들에 의존해 시스템을 유지한다). 모리스는 “킴은 겸손하다. 으스대지 않고, 심지어 부자가 될 마음도 없다. 단지 수 년간 ’열정 프로젝트‘를 위해 뭔가에 푹 빠져있었던 것”이라며 “그게 바로 비트코인의 본질”이라고 설명했다.
2016년 초, 닐슨은 한 용의자를 포착했다. 도난당한 코인을 추적하던 그는 마운트곡스에서 도난 신고된 65만개 비트코인 중 63만개가 동일인 소유 지갑으로 곧바로 입금됐다는 점을 알게 됐다. 그 사람은 마운트곡스에 계좌를 갖고 있었다. 연관된 사용자명이 WME였다. 그때 닐슨은 온라인 비트코인 포럼의 오래된 포스팅 글 하나를 우연히 접하게 됐다. WME라는 사용자명을 가진 사람이 또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가 자신의 돈을 동결시켰다고 불평하면서 화를 내고 있었다. 그 포스팅 내용은 ’내 깨끗한 돈을 돌려줘‘였다. 그 과정에서 WME는 일부 문제가 있는 비트코인 전자지갑을 소유하고 있다는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더 결정적인 실마리는 동일한 사용자가 자신의 변호사로부터 받은 편지를 올리면서부터 나타났다. 그의 성과 이름은 전 세계 사람들이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눈에 띄었다. 닐슨은 평소 특이한 결과를 발견할 때 습관적으로 했던 것처럼, 뉴욕 국세청 소속 특별 수사관 게리 앨포드 Gary Alford에게 급하게 이메일을 보냈다(그는 사이버 범죄자들을 체포하는데 도움을 줬던 인물이다).
그 후 7월 말 어느 무더운 날, 경찰이 그리스 해변을 급습해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기던 러시아인을 체포했다. 미국 연방검찰은 알렉산더 비닉 Alexander Vinnik(38)이라는 IT 전문가를 자신의 WME 전자 지갑과 다른 계좌에서 도난 당한 마운트곡스 비트코인 가운데 53만개를 세탁한 혐의로 기소했다. 주로 돈세탁을 했던 곳으로 알려진 BTC-e라는 러시아 가상화계 거래소 운영을 도왔다는 점도 그의 혐의에 추가됐다. 수사관들은 BTC-e가 마운트곡스에서 훔친 코인을 세탁하기 위해 설립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고 있다. 블록체인 분석은 마운트곡스를 파산으로 이끈 해킹사건
이 2011년 가을 시작됐다고 보여주고 있다. 그때쯤, BTC-e가 오픈했다. 마운트곡스의 온라인 비트코인 저장장치인 ‘핫 월릿 Hot Wallet’/*역주: 코인을 온라인 상에 보관하면 hot wallet, 오프라인상의 저장장치에 보관하면 cold wallet이라고 한다/의 암호키가 도난 당한 뒤 복제됐다. 그 거래소의 입금 주소가 해킹 당한 것이었다. 채권자이기도 한 체인널리시스의 그로내어는 “그래서 그 후 2년 동안, 십중팔구는 코인이 입금 되자마자 도난을 당했다”며 “우물 바닥에 구멍이 있었다는 의미다. 그래서 누군가가 물 빼먹 듯 돈을 빼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카펠레스는 해커들이 한 번에 조금씩 훔쳐갔기 때문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항변했다. 잔고도 일반적으론 증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는 “비트코인이 정확하게 감소하지 않았다”며 “증가해야 하는 만큼 증가하지 않았을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닐슨은 비닉이 연방검찰이 주장하는 것보다 최소 10만개 더 많은 마운트곡스 비트코인과 연관되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그가 정부 수사에 협조한 것인지, 아니면 수사 결론을 확인해 준 것인지 여전히 알지 못하고 있다. 비닉이 그리스의 추방조치에 맞서 싸우고 있는데다, 미국 검찰 기소장에 기술된 5명의 중요 피고인들이 있는 상황에서, 미 국세청이 ’조사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언급을 거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소장에 서명한 캐스린 혼 Kathryn Haun 전 연방검사는 “비닉의 비트코인 사용이 그가 범죄에 연관됐음을 규명하는데 확실히 도움이 됐다”며 “언뜻 보기에 해결이 불가능해 보였던 사건이 디지털 화폐 사용을 통해 추적 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카펠레스 입장에서 비닉의 체포는 오랫동안 가져온 의심을 한층 더 굳히는 것이었다: 러시아 비트코인 거래소 운영자들이 2011년 마운트곡스를 강타한 일련의 ‘디도스(Denial-of Service)’ 해킹과 기타 사이버공격의 배후라는 것이다. 카펠레스는 “그가 저지른 범죄는 마운트곡스를 피해자로 만들었다. 이는 모든 채권자들, 그리고 나 또한 피해자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기소 혐의들을 부인하는 비닉은 마운트곡스로부터 비트코인을 훔친 혐의로 기소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개입 정도와 기간으로 볼 때, 그가 돈세탁을 해 준 것으로 알려진 절도범들의 이익금에 일부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닐슨은 “최소한 그가 돈을 송금한 곳은 알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에는 아이러니한 주요 사항이 하나 존재한다: 도난 당한 비트코인이 곧바로 팔렸기 때문에 (소문에 따르면, 비닉에 의해, 그리고 마운트곡스가 그 해킹 사건을 밝히기 한참 전에 매각됐다), 피해자들은 현재 달러 가치로 환산하면, 해커들이 번 돈보다 훨씬 더 많은 손실을 봤다. 체인낼리시스에 따르면, 당시 해커들의 범죄수익은 2,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비트코인이 현금으로 바뀌자마자, 블록체인의 흔적이 사라졌다. 당국이 용의자들로부터 비트코인을 압수하더라도, 그것들이 마운트곡스 소유인지 증명할 방법이 없다는 의미다. 338개의 비트코인이 “내 인생을 바꿔줄 것”이라고 종종 말했던 애리조나의 피해자 션 헤이즈 Sean Hays는 “조금이라도 되찾으면 기쁠 것이다. 하지만 나머지가 어디에 있는지 계속 추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버지스의 경우, 그의 시위를 촉발했던 핵심 의혹은 마침내 해소됐다. 그는 “코인의 행방은 알지만, 회수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그러나 내 입장에선 다 해결된 사건”이라고 말했다.
거의 4년 동안, 조시 존스 Josh Jones는 마운트곡스에 묶여있는 비트코인 4만 4,000개의 합당한 몫을 결국 돌려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2017년 중반 비트코인 가격이 치솟으면서, 마운트곡스는 갚아야 할 4억 3,000만 달러보다 몇 배는 더 많은 충분한 자금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 9월, 자동차에어백 제조사 타카타 Takata의 파산 사건을 변호하는 기업구조조정 최고 변호사 겸 마운트곡스 파산관리인인 고바야시 노부아키 Nobuaki Kobayashi가 나쁜 소식을 전해왔다: 일본의 파산법 하에선, 채권자들의 가치가 2014년 시점의 가치로 제한된다는 것이었다: 비트코인이 개당 483달러로 계산된다는 의미였다. 존슨은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런 식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마운트곡스 파산 몇 주 전, 차익거래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비트코인 빌더 Bitcoin Builder라는 서비스업체를 세웠다. 그는 고객들을 대신해 코인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존스는 고향 샌타 모니카 Santa Monica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는 사이 또 다른 주요 채권자가 그 문제에 뛰어들었다. 그는 그 비트코인 가치를 마운트곡스 피해자들에게 온전히 배분할 수 있게 하려고 했다. 미국 출신의 리처드 폴섬 Richard Folsom이 일본 최대 로펌을 고용해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했다(그는 일본의 첫 사모펀드업체 중 하나를 설립하기 전, 베인 & 컴퍼니 도쿄지점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만약 마운트곡스가 기술적으로 더 이상 파산상태가 아니라면 어떻게 될까? 작년 11월 청구된 마운트곡스의 ‘민사 재생(Civil Rehabilitation)’/*역주: 각종 소송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면서 기업구조조정이 가능하도록 하는 법/에 대한 청원이 지금 도쿄지방법원에 계류 중이다. 그리고 지난 2월, 그 로펌의 입맛에 맞는 외부 조사관이 추천됐다. 이런 노력을 주도하고 있는 니시무라 앤드 아사히 Nishimura & Asahi 로펌의 파트너 후쿠오카 신 Shin Fukuoka은 이르면 4월 말 쯤 그 청원이 승인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는 “법원이 파산 절차에 따른 문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물론, 그런 문제들 중에는 마운트곡스 자산 대부분이 여차하면 마크 카펠레스로 귀속될 수 있다는 것도 포함돼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둔 비트코인 거래소 크라켄 Kraken의 CEO 제시 포웰 Jesse Powell은 마운트곡스 자산 파악 및 분배에 도움을 줄 목적으로 임명됐다(그 역시도 주요 채권자다). 그는 “그런 결과(마운트곡스의 초과 이익이 카펠레스에게 넘어가는 것)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후쿠오카의 계획대로 된다면, 파산으로 ‘사라진’ 기업이 부활하는 일본 내 첫 사례가 될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매우 드문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민사 재생 사건에선 일단 법원이 승인하면 그 재생안이 확정되기까지 보통 6개월이 소요된다. 낙관적으로 볼 때, 이르면 올해 말부터 돈을 (가급적 비트코인으로) 받기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후쿠오카는 또한 그 재생안의 일환으로, 도난 당한 비트코인에 대한 추가 조사 지시를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비트코인 회수를 희망하기 때문이다(그는 “마운트곡스의 파산절차를 반대했던 미국업체 코인랩 CoinLab의 7,500만 달러 규모 소송도 피할 수 있다. 그 사이에 합법적인 예비금을 적립해 두면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토머스 브라지엘 Thomas Braziel 같은 채권자들에겐 대단한 결과가 될 것이다. 뉴욕 기반 헤지펀드 B.E 캐피털 매니지먼트 B.E Capital Management의 대표인 그는 1달러 당 80센트의 할인된 가격으로 (마운트곡스에 비트코인을 소유한 사람들로부터) 100만 달러 가치의 권리를 인수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남는 장사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는 “물론 그 재생안이 현실화된다면, 노다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투자금의 8~10배 수익을 거둘 것”이라고 말했다.
오명을 쓴 마운트곡스 CEO에겐 이런 상황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그는 “가상화폐 사업은 내 평생 할 만큼 다 했다”고 말했다: “가상화폐와 관련해 내가 하는 유일한 일은 파산의 수습 방안을 찾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 게다가, 그는 디지털 화폐가 초창기에 가졌던 가능성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고 있다. “이제 비트코인의 미래는 끝났다.”
2년 전 감옥에서 풀려난 카펠레스는 안전상의 이유로, 몇 개월마다 아파트를 옮겨 다니고 있다. 투옥 기간 중 3개월 동안 온종일 조사를 받으면서도, 그는 일본 당국이 그에게 씌운 혐의들에 대해 자백을 거부했다. 한때 그는 비트코인의 신비로운 창시자 나카모토 사토시 Satoshi Nakamoto라는 의심까지 받았다. 이런 혐의들이 근거가 약하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는 유죄판결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1심은 그럴 것이다. 게다가 99% 이상 유죄선고율을 기록 중인 일본은 검사들이 무죄판결에 항소를 2번 할 수 있게 허용하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따라서 그는 1~2년 내 또 다시 수감될 수 있다. 그는 체리 크림케이크를 한 조각 먹으며 “석방된 후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모든 것이 실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며 “심지어 지금 이 순간도 그렇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펠레스는 그의 동조자들조차 그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묻고 있다는 이유 때문에 재판을 받고 있는 건 아니다: 마운트곡스의 파산에 대해 거짓말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변호사 켈먼은 “마운트곡스에 단 한 개의 코인도 없었을 때, 그는 다른 고객들로부터 새로 입금을 받아 또 다른 사람들의 돈을 갚는 ’돌려막기‘를 하고 있었다. (대형 폰지 사기사건의 장본인인) 버니 매도프 Bernie Madoff나 다름 없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능숙한 일본어 실력과 격식을 차리는 일본의 비즈니스 관행을 십분 활용하고 있다. 미국에 간 적이 없고, 재판 도중 일본을 떠날 수도 없는 그는 “비닉이 체포되면서 구직이 더 수월해졌다. 나를 향한 비난을 일부 덜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렇더라도 마운트곡스에 남긴 오점은 그를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일본 가상화폐거래소 코인 Quoine의 CEO 마이크 카야모리 Mike Kayamori는 “그를 채용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올해 초 그는 좋은 직장에 취업했다: 세계 최대 가상사설망(VPN)을 운영하는 덴버 소재 기업 런던 트러스트 미디어 London Trust Media의 최고기술책임자에 올랐다. 그 회사는 최근 가상화폐 관련 벤처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공동창업자 겸 회장인 앤드루 리 Andrew Lee(잠시 동안 마운트곡스의 미국 사업을 운영한 적이 있다)는 “경쟁이 치열한 이 중요한 시기에 마크에게 두 번째 기회를 기꺼이 주고자 한다”고 밝혔다.
마운트곡스의 재생안이 성공하더라도, 회사가 영업을 재개하진 않을 듯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카펠레스가 사라진 65만개 비트코인의 회수 계획을 멈추지는 않을 것이다. 코인을 전량 회수할 수 없더라도, 매출을 창출해 채권자들에게 전액 보상할 수 있을 정도로 회사를 오래 유지하는 게 그의 목표다. 카펠레스는 피해자들에게 회사 이익의 일부를 줄 용의가 있는 거래소를 찾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크라켄의 포웰 같은 사람들은 “구멍이 너무 깊어 메울 수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회사가 다시 문을 연다고 해도, 누가 거기서 거래를 하고 싶을까? 마운트곡스에 대해 항의시위를 하고 있는 버지스는 “그것은 또 다른 타이타닉 호나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그에게 폐쇄란 나머지 비트코인이 그 배와 함께 침몰하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번역 박정호 parky1998@naver.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