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002320)그룹의 오너 리스크가 계열사 주가를 끌어내렸다. 유가 급등, 강달러가 겹치면서 실적 우려까지 더해지고 있다.
28일 대한항공(003490)은 장중 한때 주당 2만6,900원까지 떨어지며 52주 최저가를 기록한 끝에 전일보다 3.57% 하락한 2만750원에 거래됐다. 대한항공은 조현민 전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불거진 지난 4월 이후 주가가 20% 이상 떨어진 상태다. 같은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과 한진중공업(097230)·진에어(272450)도 이날 나란히 신저가를 경신했다. 특히 한진은 2만1,000원까지 떨어지며 4년여 만에 최저가를 보였다. 이밖에 그룹 지주사인 한진칼(180640)은 27일 52주 최저가를 나타낸 바 있다.
이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탈세·횡령 등의 혐의로 이날 검찰에 출석하는 등 오너 리스크가 부각된 탓이다. 검찰은 24일에는 조 회장의 탈세 혐의와 관련해 한진빌딩 등을 압수수색했고 25일에는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조사했다.
이 때문에 메리츠종금증권 주가도 전일보다 1.11% 떨어진 3,570원에 거래됐고 장중 한때 52주 신저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유일하게 저비용항공 계열사인 진에어만 전일보다 3.25% 올랐지만 국토교통부가 조현민 전 전무의 불법 등기이사 문제로 면허 취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어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이다.
한진그룹주의 주가에 대한 우려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가 급등한데다 달러 강세까지 나타나면서 대한항공의 실적 전망치도 하향 조정되고 있는 탓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항공유 가격 급등으로 인한 유류비 증가, 특별 성과급과 환율 변동에 따른 외화 관련 손실 등으로 분기 순손실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대한항공의 목표주가를 4만1,000원으로 기존 예상치보다 10.9% 낮춰 잡았다. 중공업 역시 업황 회복이 느려 실적 우려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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