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름 2㎜, 길이 6㎝의 가느다란 스테인리스스틸 봉을 망치질한다. 무려 2만880개. 무한반복에 가까운 일련의 망치질 작업은 급기야 마시고 내뱉는 호흡처럼 무의식적인 행위가 된다. 중진조각가 차주만은 이들 스텐봉을 가로·세로 180×124㎝ 넓이에 배치한 뒤 ‘흔적(Trace) 1+1’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차주만의 11번째 개인전이 4일부터 서울 인사동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다. ‘흔적-생명을 말하다’라는 주제로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는 “흔적의 대상은 일상에서 보이는 물리적인 현상뿐 아니라 심리적 현상까지 포괄하는 것으로 인간·사회·자연·생명의 다양한 흔적들을 포착해 드러낸다”면서 이를 통해 “우리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필연적으로 남기게 될 자신들의 ‘흔적’들에 대해 사유하는 장을 마련한다”고 말했다. 특히 작품 ‘광야’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고찰해 진정한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홍익대 출신의 작가는 ‘2018 평창문화올림픽 DMZ 아트페스타’ 미술감독과 ‘DMZ순례 국제전’ 미술감독을 맡아 남북평화와 세계평화에 대한 국내외 작가들의 다양한 시선들을 드러냈다. 부산비엔날레와 상하이국제예술제 등에 참여했다. 전시는 9일까지.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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