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함에 따라 금융소득자들은 비상이 걸렸다. 앞으로는 금융소득이 연 1,000만원을 넘으면 사업·근로·연금 소득과 합산돼 소득세율이 확 높아진다. 서울경제신문이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을 통해 시뮬레이션을 해보니 연간 1,500만원 정도의 금융소득자는 최소 50만원에서 200만원의 세금을 더 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평소에도 과세 대상이 되는 불이익을 우려하는 고객들이 생각보다 많았다며 프라이빗뱅커(PB)를 이용하는 30만명의 고객 대다수가 과세 대상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기간단위 투자상품 구성이 더 다양해지고 증여와 비과세 운영상품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존 2,000만원 기준 아래에서는 A씨가 은행에서 2% 금리의 예금 4억원, 6% 주가연계증권(ELS) 1억원, 배당금 500원을 주는 주식 1만2,000주가 있다면 연 기준 예금이자 800만원, ELS 이자소득 600만원, 주식 배당금 600만원으로 2,000만원 과세 대상이 됐다. 하지만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금액이 낮아질 경우 A씨는 이의 절반인 예금 2억원, ELS 5,000만원, 배당금 500원 주식 6,000주를 가지고 있어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등 다른 소득과 합쳐 종합소득세를 물리기 때문에 세율이 최대 42%까지 적용될 수 있다. 다만 기타소득이 없다면 달라지는 건 없다.
따라서 기간 단위로 금융소득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게 여겨지게 됐다고 PB들은 조언한다. ELS 수익 5%를 잡고 1억원을 투자한 직장인이 2년까지 끌고 가 상환할 경우 수익이 1,000만원이 되므로 ELS에 투자하는 일반인들도 과세 구간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황영지 신한은행 PWM이촌동센터 팀장은 “직장인들이 기존에는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자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올해 ELS 만기가 대거 돌아오면서 배당도 늘고 소소하게 투자했던 이들도 고려 대상이 되는 것”이라며 “ELS 수익의 경우도 월 지급으로 하면 한꺼번에 과세가 안 잡히니 고려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 강남·잠실 등 일부 영업점에서는 증여나 과세이연이 가능한 방카슈랑스 상품에 대한 문의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가족 간 증여 시 배우자는 10년간 6억원, 성년 자녀는 5,000만원, 미성년 자녀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를 매기지 않는다. 연광희 신한은행 PWM잠실센터 팀장은 “앞으로 금액을 쪼개서 투자해야 세 부담을 피할 수 있으니 외려 투자상품이 활성화될 것 같다”며 “증여세 부담이 없는 가족 간 증여를 활용해 소득이 발생되는 재산의 명의를 분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과세 상품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질 수 있으나 그렇다고 무작정 전략을 수정하기는 위험부담이 크다. 현재 경제상황에서 국내 주식형 펀드나 브라질 국채 같은 비과세 상품은 투자형이어서 안전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금융소득종합과세 적용을 받지 않는 연금저축, 개인형 퇴직연금(IRP) 세액공제 등을 확대하는 것을 검토해볼 필요는 있다. 일각에서는 직접 현금을 보유하는 ‘비밀자산’이 횡행할 가능성도 제기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에 넣는 것보다 현금으로 빼서 가져가는 사람이 생길 것”이라며 “자금을 모아 산업으로 돌리는 금융 기능이 경색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홍은미 KB증권 명동PB센터 팀장은 “금융소득 기준이 하향돼 사업·근로·연금과 합산되면 소득 과표구간이 4,600만원·8,800만원을 초과해 과표가 확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는 절세상품이 많지 않은데다 금융소득종합과세에 해당하지 않은 것은 주식매매차익 정도인데 주식 시장도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금융소득 하향의 실제 후폭풍은 예상보다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예상보다 후폭풍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우신 기업은행 WM센터 한남동 센터장은 “2012년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인하했을 당시보다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려오는 건 조세저항이 강하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부부 간 증여나 기간 단위로 금융소득 관리를 잘하면 크게 우려할 대목은 아닌 것 같다”고 밝혔다.
/황정원·김보리·김민정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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