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 등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들이 단일 최저임금제도가 아닌 사업별 구분적용을 도입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동안 최저임금위원회에 불참해온 한국노총이 복귀한 데 맞춰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사용자 측의 공식 입장을 나타낸 것이다.
김영수 시계산업협동조합 이사장 등 최저임금위원회 사용자위원 8명은 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사업별 구분적용이 필요하다며 관련 입장을 이날 열릴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최저임금 미만에 해당하는 사업자의 비율이 전체 산업 평균(13.3%) 이상인 업종 △종업원 1인당 영업이익이 전체 산업 평균(1,700만원) 미만인 업종 △종업원 1인당 부가가치가 전체 산업 평균(6,200만원) 미만인 업종 등의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 해당 연도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절반만 적용하도록 하거나 아예 별도의 인상률을 적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일정 요건 충족시 해당 업종의 최저임금을 지역별 최저임금보다 높게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캐나다의 경우 특정분야에 대해 최저임금 적용을 배제하도록 하는 등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는 점도 예로 들었다. 김영수 이사장은 “현행 단일최저임금제는 구조적으로 영업이익이 낮아 임금 수준이 다를 수밖에 없는 현실임에도 영세 소상공인의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는 결국 제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들고 영세 소상공인을 존폐의 위기로 몰아가는 등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해 기준으로 전기가스업은 2.5%인 반면에 숙박음식업은 34.4%, 도소매업은 18.1% 등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 편차가 극심하다”며 “이러한 업종별 편차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올해 기준을 적용하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법에서는 사업별 차이가 극명한 실태를 최저임금에 반영할 수 있도록 사업별 구분적용의 근거를 법률에 명시하고 있다”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산입범위 개편에 따른 영향 차이, 업종별·규모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 등을 고려해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사업별 구분적용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원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지원본부장은 “최저임금 미만율이 13.3%라는 것은 100명 중 13명 이상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이 수치도 2016년을 기준으로 적용한 것이라 올해는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 확실시된다”고 강조했다. 또 “최저임금 미만율이 전 세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높은 상황에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업별 구분 적용을 통한 실질적인 보완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도 “만약 사업별 구분이 적용되지 않을 경우 가장 어려운 산업을 기준으로 인상률을 제시할 수 밖에 없고 그쪽으로 결정이 나야 한다”며 “어떤 산업은 좀 낫고 어떤 산업은 어려운데 (인상률을) 가운데로 잡거나 위로 잡을 경우 밑에 있는 산업이 무너지게 된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업별 구분 최저임금을 당장 도입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원들을 비롯해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에서도 부정적 기류가 강하다. 1988년 제정한 최저임금법은 사업별 최저임금 구분이 가능하도록 규정했지만 실제 적용한 건 1988년 단 한 해뿐이었다. 최저임금위의 한 공익위원은 “사업별 최저임금을 달리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을 받는 업계의 반발 등 갈등과 혼란이 심할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몇 개나 세분화할 지, 각 업종간 액수 격차는 어떻게 정할 지 가늠할 임금 실태 조사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민정기자, 세종=이종혁기자 jmin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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