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출시한 ‘26주 적금’이 하루에 3만명씩 가입하는 등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크지 않은 금액을 차츰 늘려가는 적금 방식이 소소한 재미를 느끼게 해 젊은 층의 ‘소확행(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 가능한 행복)’ 트렌드와 맞물린 게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카카오뱅크가 출시한 26주 적금 가입자가 일주일 만에 20만명에 육박했다. 26주 적금이란 첫 불입액을 1,000원·2,000원·3,000원 중 선택한 뒤 매주 그 금액만큼 납입액을 26주간 늘리는 상품이다. 예를 들어 처음에 1,000원을 냈으면 둘째 주 2,000원, 셋째 주 3,000원으로 늘어나며 마지막 주인 26주 차에는 2만6,000원을 납입하게 된다. 이 경우 만기 시 원금 35만1,000원과 이자를 받는다. 3,000원으로 시작했다면 원금 105만3,000원과 이자를 받는다. 금리가 연 1.80%로 높지 않은데다 자동이체 시 우대금리(0.2%포인트)를 합쳐도 시중은행의 예·적금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반응은 예상외로 뜨겁다.
카카오뱅크 임직원들도 놀라는 분위기다. 카카오뱅크의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출시한 상품 중에도 이 정도로 대박이 난 (예·적금) 상품은 없었던 것 같다”며 “반응이 너무 뜨거워 다들 놀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일부 재테크 카페에서는 26주 적금에 가입했다며 ‘인증’하기도 하고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유기능을 통해 지인에게 알리는 열성적인 모습도 눈에 띈다.
금융권에서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최근 ‘짠테크(절약+재테크)’가 유행하면서 성취감을 목표로 재미있으면서도 부담 없이 도전하는 요소를 가미한 게 어필했다는 분석이다. 적금 상품에 젊은 층이 공감하는 일종의 ‘유희 코드’가 녹아 있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6개월간 30만원(1,000원) 또는 70만원(2,000원) 정도 모아 가까운 해외여행 항공권을 구입하겠다는 ‘소박한 계획’을 목표로 가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매주 납입할 때마다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주며 저축의 즐거움을 주는 것도 반응이 뜨거운 이유로 꼽힌다. 카카오프렌즈는 여덟 가지 캐릭터가 있는데 일부 고객들은 모든 캐릭터를 모으려고 8개의 26주 적금에 가입하는 등 ‘팬덤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저축이라고 하면 무겁다는 느낌이 많이 들었는데 도전, 성취감, 재미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게 좋은 반응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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