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서울 퇴계로는 한국 모터사이클 시장의 상징이었다. 지난 1960년대까지만 해도 주로 자전거 판매점이 몰려 있다 1970년대부터는 ‘오토바이’ 판매상이 모여들면서 한때 60곳 이상의 모터사이클 판매점과 수리점, 부품·액세서리 판매점이 성업하기도 했다. 국민소득이 늘고 외국 상품에 대한 수입 자유화가 가속화한 1980년대 후반이나 1990년대까지가 전성기였다. 이후로는 승용차 시장이 성장하고 인터넷을 통한 중고 모터사이클 거래와 부품·액세서리 구입이 늘면서 퇴계로의 입지는 점점 좁아졌다. 이제는 쇠락한 용산 전자상가처럼 조금 쓸쓸한 분위기가 감돈다.
하지만 직접 실물을 구경하고 만져보는 재미, 발품을 판 끝에 세일 상품이나 보기 드문 상품을 ‘득템’하는 짜릿함은 인터넷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바이크용품을 사야 할 때 인터넷을 뒤지다가도 한 번쯤은 오프라인 매장에 구경하러 나가보는 이유다.
이런 즐거움을 아는 라이더들은 해외출장이나 여행을 가서도 그 나라의 퇴계로를 찾는다. 어지간한 대도시에는 모터사이클 관련 매장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 우에노역 근처의 바이크 거리에는 간신히 명맥을 잇고 있는 바이크숍 몇 군데가 남아 있을 뿐이지만 다행히도 일본의 대도시 근교에는 반드시 대형 모터사이클용품점이 있다. 일본 전역에 체인으로 운영되는 ‘니린칸(이륜관)’ ‘라이코랜드’ ‘냅스(NAPS)’ 등은 국내 대형마트 1·2개 층만 한 규모로 헬멧부터 바이크 부품까지 온갖 제품을 판다. 종류나 가격 면에서 한국과는 비교 불가이기 때문에 둘러보는 데만 두 시간 정도 걸린다.
가장 신 나는 순간은 우리나라에 없는 제품을 발견했을 때다. 파리의 퇴계로인 ‘아브뉘 드 라 그랑드 아르메’의 트라이엄프 매장에서 산 정품 장갑도, 오사카 니린칸에서 데려온 가와사키 수건조차도 두고두고 뿌듯하다. 커스텀으로 유명한 ‘데우스’에서 운영하는 카페(도쿄)에 들르는 등 좀 더 세련된 모터사이클 문화를 경험해보는 일도 빼놓을 수 없다.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바이크를 발견하고 넋을 놓는 일도, 길 가다 만난 바이커와 나누는 유대감 진한 대화도 즐겁다. 그러다 보면 슬슬 해외에서 바이크를 탈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그렇게 자신만의 여행 테마를 만들어나가게 된다.
/유주희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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