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지주회사 출범을 앞둔 손태승 우리은행장이 “전 직원의 자산관리(WM) 전문화”라는 미션을 내걸었다. 취임 후 반년간 지주사 설립 인가 신청, 차세대 전산 시스템 교체(디지털), 캄보디아 금융사 인수(글로벌) 등 굵직한 과제를 순조롭게 풀어나간 만큼 비이자이익 증대로 실적 상승세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 행장은 하반기 WM 분야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PB지점장제도를 도입했다. 현업에서 WM 영업에 우수한 성과를 거둔 프라이빗뱅커(PB) 중에서 지점장으로 승진한 직원을 PB지점장으로 임명해 해당 영업본부 PB와 FA(Financial Advisor)의 멘토로서 영업 노하우를 전수하고 공동 영업을 추진하는 시스템이다. 우리은행의 한 관계자는 “전 영업점의 PB 영업 수준이 향상되고 실적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일종의 파일럿 개념이지만 성공 모델로 만들어 전파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올 상반기 고객 자산관리 영업 확대로 비이자이익 성장세를 이끌었다. 펀드 판매는 잔액 기준 19조1,000억원, 신규 판매액은 9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잔액은 2조4,000억원, 판매액은 4조9,000억원이 늘었다. 지난해 연간 신규 판매액이 10조9,000억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반년 만에 1년 치 성과를 낸 것이다. 우리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방카슈랑스는 증가율과 시장점유율 모두 1위이고 펀드는 증가율은 1위, 점유율은 2위”라고 강조했다.
특히 33개 영업본부 중 도곡동과 대치동을 담당하는 강남2본부 같은 경우 우수 인력을 전략적으로 배치하면서 상반기 신규액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 같은 펀드와 신탁 등 WM 상품 판매 중심의 꾸준한 성장에 힘입어 우리은행의 지난 1분기 비이자이익은 전 분기 대비 54.9% 증가한 3,161억원의 호실적을 거뒀다. 손 행장은 최근 임원회의에서 WM의 실적 성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 내부적으로도 상반기 흥행 성공과 기대를 뛰어넘은 성과에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계열사 간 협업이 가능한 금융지주사와는 달리 은행 자체적인 영업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다.
손 행장이 WM 부문에서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금융당국의 규제로 가계대출 성장세를 이어가기 쉽지 않고 모든 은행이 중소기업 대출로 몰리면서 출혈경쟁이 발생하기 때문에 비이자이익 극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해 불거진 채용비리 이슈로 어수선했던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켰고 지난달 지주사 전환 신청까지 마쳤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마련하는 게 필요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차세대 전산 시스템으로 교체하면서 이에 연동한 신규 상품들도 하반기 본격적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불안정한 경기여건을 감안해 주가가 내려가도 수익이 나는 역구조 상품이나 부동산펀드·인프라펀드같이 중위험·중수익을 내는 대체투자 상품도 강화할 방침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상반기에 이 같은 맞춤형 펀드가 인기몰이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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